• 최종편집 2024-12-10(화)
 
Q : 먼저 부산기독교 유적지 소개 영상을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A :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부산지역에는 기독교 유적지의 보존이 열악합니다. 그 이유는 ‘역사의식의 결여’라기보다는 ‘한국전쟁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 각지로부터 일시에 몰려온 피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부산의 지형도 바뀌게 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기독교 유적지의 보존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동일한 역사적 ‘공간’은 남아있지만 그 ‘흔적’은 찾기 어렵습니다. 복음전도자들의 역사적 흔적과 증언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동영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만약 누구든지 이 동영상을 보며 부산지역의 기독교 유적지를 걷는다면, 소중한 공감과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수년 전에 한국연구재단에서 “부산지역 기독교 유적지 개발 및 활용방안 연구”라는 연구 과제를 수행했고, 그 후속 작업으로 부산지역 기독교 유적지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한 달에 두 번 정도 국내외에서 부산지역을 찾는 분들이 신청을 받아 탐방 안내를 했는데, 그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동영상 제작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영상은 제가 소장으로 있는 부산장신대학교 부설 부산경남교회사연구소의 지원과 신대원 제자인 김한별 전도사의 도움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Q : ‘부산’은 한국교회에 있어서 어떤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A : 먼저 부산은 조선 복음화의 첫 기착지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온 초기 선교사들이 그 첫발을 내딛은 곳이 바로 부산이라는 역사적 기록들이 남아있습니다. 알렌과 아펜젤러의 일기를 비롯한 다수의 기록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복음의 유입 경로나 그 우선순위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진실을 기록해, 복음화율이 열악한 이곳 불교의 땅에서 살아가는 다음세대 기독교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입니다.
또한 부산은 복음의 피난처입니다. 내년은 한국전쟁 70주년입니다. 전국 각지의 기독교인들이 부산으로 피난 내려오면서, 부산은 한시적인 한국기독교의 중심이 됩니다. 이 시기에 많은 피난교회들이 도처에 설립되고, 부산지역 기독교는 성장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한국교회사적으로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아픔 속에서 이루어진 복음의 전국적 확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데반의 순교가 로마제국 복음화를 위한 흩어지는 선교의 시작이었다고 한다면, 한국전쟁은 복음의 전국적 확산을 가능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부산이 있습니다.

Q : 영상에 나오는 부산의 기독교 유적지들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부산의 기독교 유적지 순례’ 동영상에는 알렌, 언더우드, 아펜젤러를 비롯한 초기 선교사들이 첫 발을 내딛은 기착지로부터 이곳 부산에서 순교한 선교사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일제강점기 부산지역 3.1운동의 시발점인 부산진일신여학교와 한국전쟁 당시 산모와 영아들을 위해 설립된 일신기독병원의 이야기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산항 역사를 볼 수 있는 부산본부세관박물관, 그리고 부산진교회와 초량교회에 관한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지금은 부산의 평범한 일상이 이루어지는 도심 속 장소들이지만, 교회사 이야기들을 통해 바라보는 기독교 유적지들은 새로운 의미로 우리들에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이 동영상 내용을 참조하여 교회 각 기관 및 가족 단위별 탐방이 가능합니다. 지난 6월 14일(금)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부설 한국기독교역사문화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각자 시청한 후, 제가 직접 동영상의 장소들을 안내를 하며 탐방을 했습니다.
 
Q : 혹시 경남지역 기독교 유적지 영상이나 이단관련 영상 제작은 계획이 있으십니까?
 
A : 물론입니다.  올해는 특히 호주선교가 시작된 지 1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부산경남지역은 호주선교부가 선교를 담당했던 지역일 뿐만 아니라, 손양원 목사님과 주기철 목사님 등의 신실한 신앙인들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호주선교와 관련된 교회 및 유적지들에 대한 동영상 스토리라인을 구상 중에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 되는대로 제작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부산지역에 비해 마산, 통영, 진주, 거창 등 접근성이 쉽지 않은 넓은 지역에 기독교 유적지들이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 고민입니다. 동영상의 제한된 분량을 고려할 때, 역사적으로도 중요하면서 현재적 의미가 있는 대상을 선별하여 촬영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좋은 제안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Q : 현재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장으로 있는데, 현재종교가 부산 토크 콘서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 등을 알고 싶습니다.

A : 선친 탁명환 소장의 25주기를 맞아 지난 5월 25일(토) 서울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홀에서 <현대종교 이단 바로 알기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서울지역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관심 있는 이단피해자, 일반목회자, 대학교목, 평신도, 청년대학생 등이 참여했습니다. “최근 이단 트렌드 읽기”(탁지일 교수), “캠퍼스 이단 바로 알기”(탁지원 소장), “이단 문제 관련 실정법 이해하기”(김혜진 변호사)의 주제 강의를 듣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만간 부산지역에서 두 번째 <현대종교 이단 바로 알기 토크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정보전달식의 강연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통한 체계적인 분석과 실제적인 대안마련을 모색하는 소통과 공감의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Q : 지난 2월 고 탁명환 소장 25주기 추모예식에서 디지털 자료집을 만들어 제공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요?

A : 선친을 위해서 제가 할 일이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중 두 가지를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첫째로, 2009년 선친 탁명환 소장이 30여 년간 수집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700여 쪽에 이르는 『사료 한국의 신흥종교』를 출간했고, 둘째로, 지난 2019년 2월에는 탁 소장의 저서 23권과 논문 90편 등을 PDF로 제작한 「이단연구 저서논문 자료집」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이를 ‘한국교회사학회’ 학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고, 이에 대해 학회는 저희 선친에게 감사패를 증정했습니다.
이제 남은 한 가지 과제는 선친이 발로 뛰며 직접 촬영하고 녹음한 오디오비주얼자료들을 정리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두 과제들에 비해서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얼마 전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에서 “한국 기독교 신흥종교운동 오디오비주얼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탁명환의 연구 자료를 중심으로”란 제목의 과제가 선정되어 향후 3년(2019~2021)간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모든 언론, 정부기관, 연구자, 목회자, 평신도들에게 대가와 제한 없이 제공할 예정입니다.

Q : 끝으로 부산기독교 유적지 소개 영상과 관련해서 교계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동영상을 교회와 모임의 용도에 따라 널리 활용해주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비록 제한된 예산과 제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완성도면에서는 미숙한 점이 많지만, 이 작업이 부산지역의 기독교 역사를 바로세우고, 다음세대들의 신앙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함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부산의 기독교 유적지는 ‘역사성’과 함께 도심에 밀집되어 있어서 ‘접근성’과 주변 문화관광자원들과의 ‘연계성’이 뛰어납니다. 다른 지역의 교계에도 소개해주시고, 부산을 찾는 가족친지들이 계시다면 함께 부산 도심의 유적지 탐방을 계획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트리행사 시기와 연계해 진행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교회학교와 청년대학생들을 비롯한 교회와 기독교기관에서 이 동영상을 활용해서 각자의 특성에 맞는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앉아서 듣는’ 것이 아니라 ‘걸으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기독교 유적지 순례는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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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부산기독교유적지 소개 영상 만든 탁지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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