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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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젊은 선교사가 아프리카 한 부족 마을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먼저 그 마을 족장을 찾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습니다. “족장님, 하나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야만 낙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족장이 잘라 말했습니다. “소용없소!” 한국의 선교사가 물었습니다. “왜요? 어째서 소용없다는 거죠?” 그러자 족장 왈,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미국 사람들이 벌써 다 점령해버렸을 거요!”(『유머 복음』)
  지난 6월 17일 밤, 미국 동남부 사우스캐롤라니아 주 찰스톤(Charlston) 소재 이매뉴얼아프리칸감리교회(Emanuel AME Church)에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있던 9명의 기독교인들이 총기 난사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클레멘타 핑크니(Clementa Pinckeny) 담임목사를 비롯해 87세, 70세의 사촌자매, 20대의 대학생 등 수요일에도 교회를 나올 정도로 신실한 교인들이었습니다. 검거된 범인은 뜻밖에도 딜런 루프(Dylann Roof)라는 앳된 청년이었는데(21세), 조사 결과 심각한 백인우월주의에 빠져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원래 이곳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이용해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경영하던 남북전쟁 당시 대표적인 ‘남부’ 지방으로, 아직도 주 의회 등 몇몇 공공장소에 당시 노예제도를 찬성하던 13개 주의 연합을 상징하는 ‘남부연합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를 사용하고 있다 하니, 21세기의 젊은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젖은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습니다. 
  한편 이 지역을 바이블벨트(Bible Belt)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주로 미국 내 앵글로 아메리칸 계열의 보수주의 기독교 세력권을 의미하지만, 핍박과 설움 속에서 노예 해방과 인권 운동을 주도하며 풀뿌리처럼 자란 아프리칸 아메리칸 교회들을 포함해야 더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이 두 세력은 오랜 세월 동안 반목과 질시만을 거듭해 왔을 뿐 하나 되는 역사를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참사로 예수 안에서 연합 운동(‘Charlestonunited’)이 펼쳐지고 있으며, 나아가 미국 전체를 용서와 치유의 나라로 만들어 가는 역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법률의 관례에 따라 열린 루프의 보석재판법정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날 화상대화를 통해 피해자 가족들은 루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희생자 에델 랜스(Ethel Lance, 70세)의 딸 나딘 콜리어(Nadine Collier)의 목소리입니다. “다시는 어머니를 안을 수 없지만 당신을 용서한다. 그리고 당신 영혼에 은총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나를, 또한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용서하신다. 그래서 나도 당신을 용서한다(God forgives you, and I forgive you).” 총기 사고의 생존자인 동시에 숨진 티완자 샌더스(Tywanza Sanders, 26세)의 어머니인 팰리시아 샌더스(Felicia Sander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수요일 밤 성경공부 시간에 너를 두 손 벌려 환영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중 몇을 죽였다. 내 몸 살점 하나하나가 다 아프다(Every fiber in my body hurts). 티완자는 내 아들이었고, 내 영웅이었다. 하지만 성경공부 시간에 말한 것처럼, 우리는 너를 즐거워했다(As we say in the Bible study, we enjoyed you). 하나님께서 네게 자비를 베푸시기를(may God have mercy on you)..”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3~44).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눅 6:27~28).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도 할지니라”(마 18:21~22). 오 주여,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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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찰스톤의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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