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1-08(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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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가 밝았다. 어떻게 보면 단 하루의 차이로 우리는 옛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였다. 마치 새해가 되어 새로운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에 사람들을 만날 때, 마치 새로운 시간과 공간에 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인사하고 덕담을 나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여전히 흐르는 시간 속에 있을 뿐이고,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는 현실 속에 놓여있다. 코로나19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고, 가정과 교회, 사회의 고난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 새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개하고 새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마치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도 새해에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을까?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가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공간으로 가는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성경에 보면 참 희한한 교육적인 공간이 나온다. 바로 그리심 산과 에발산이다. 하나님은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반드시 해야 할 일로서 그리심 산에서 축복을, 에발산에서 저주를 선포하는 일을 명령하셨다. 그런데 하나님은 왜 굳이 서로 다른 산에서 축복과 저주를 각각 선포하라고 하셨을까? 그런데 그 곳의 지형을 이해하면 그리심산과 에발산 자체가 하나님의 교육도구라는 걸 잘 알 수 있다. 서쪽 길르앗 땅에서 요단강을 건너 동쪽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사마리아지방의 중요한 도시 세겜은 북쪽으로는 에발산, 남쪽으로는 그리심산으로 둘러 쌓인 천혜의 도시이다. 산이 별로 없는 이스라엘 땅에서 산이 있고, 그중에서도 축복의 산인 그리심 산에는 나무도 무성하다. 그러니 목축을 주로 하는 이스라엘 백성이 보기에 그 땅은 꽤나 좋아보였을 것이다. 그 옛날 야곱이 삼촌 라반을 떠나 다시 가나안으로 돌아와서 처음에 정착하려고 했던 땅도 이 세겜이다. 게다가 에발산과 그리심산은 직선거리로 약 삼 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상당히 가까이에 있는 산들이다. 실제로 그 땅을 보면 마치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 산 사이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있는 장면이 그려지는 것만 같다. 하나님은 에발산에는 이 말씀을 지워지지 않는 돌에 새겨놓으라고 하셨고, 그리심산과 에발산에 서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축복과 저주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계속 새겨놓으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아시고 보고 듣고 몸으로 체득하는 잊지 못할 교육방법을 사용하고 계신 것이다. 산 이름의 뜻도 의미심장하다. 그리심은 ‘잘라내다,’ ‘분리하다’라는 뜻이 있다. 하나님의 복을 받기 위해 우리는 이전의 불신앙의 모습을 잘라내고 분리시켜야 한다. 에발산은 돌산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리심산에 비하면 에발산은 돌산으로서 매우 황폐해 보인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 교육효과가 있는 것이다. 신명기에서 신신당부하며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교육행위를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실제로 수행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아이성 전투에서 이기고 나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아 이 일을 실시하였다. 절반은 그리심산 앞에, 절반은 에발산 앞에 세우고 여호수아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낭독하였다. 여기에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 아이 그리고 이방인까지 공동체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이 참여하였다. 그때 이스라엘은 비록 작은 성읍 하나를 차지했을 뿐이고, 그들의 앞에는 아직도 가나안의 수많은 적들만 보일 뿐이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백성은 맹세하였다. 새로운 공간 앞에 서서 이 땅을 차지하게 하실 하나님을 바라보며,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의 축복과 저주의 말씀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을 모두가 다짐하는 새로운 시간을 가졌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해 앞에 서있다. 상황은 그대로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두 갈래길을 제시하고 있다. 축복이냐 저주이냐를 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를 것인가 아닌 가의 문제이지 상황이 아니다.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게 없고, 앞은 보이지 않지만,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도 이스라엘 백성이 새로운 공간과 시간에 행했던 것처럼 이제 우리와 우리의 다음세대가 하나님의 교육방법에 참여할 때이다. 새로운 해는 새로운 결단으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며 시작된다. 가정과 교회, 직장과 학교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공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주기적으로 읽고,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자주 듣자. 그리고 올해를 시작하며 특별히 온 가족 활동으로서, 캘리그라피로 말씀을 필사하는 노트나 액자를 손수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두자. 새해를 맞이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과 손과 발, 우리가 서 있는 모든 공간을 새롭게 가득 채우며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시간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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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학교를살린다] “새해에 가장 먼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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