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스쿨에서 교목(목사)들에게 1학년들의 종교과목 첫수업은 아주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시간입니다. 첫인상이 3년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에 대한 첫 느낌이 안 좋으면 ‘종교’라는 수업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지난 14년동안 3월 새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첫 수업은 사활을 걸다시피 승부를 거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역시 교실에 들어가면 ‘종교’라는 교과목 앞에서 아이들의 표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 조차도 ‘학교에서 무슨 종교 수업이야?’하는 마음으로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정말 벽에 대고 고함을 치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래서 1학년들의 종교 시간 첫 수업은 목사나 학생이나 서로가 긴장을 하는 시간입니다. 종교가 기독교가 아닌데 종교 수업이라니...
올해도 162명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한 주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수업은 들을만 했어?”
“목사님, 종교 수업을 그렇게 하실 줄 몰랐어요. 지금까지 수업 중 제일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은 ‘재미있고, 감동있는 수업’이었다고 말하지만 이 첫 수업을 위해 현장에 있는 교목들은 3월 첫 수업에 모든 것을 걸어 놓고 교실에 들어갑니다.
다른 교과목 수업은 다음 시간에 만회할 기회가 있고, 평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 하기에 어떻게든 수업에 참여하지만, 종교라는 교과는 학교에서 없어도 그만인 교과이기에 3년의 첫 시간을 그렇게 준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해도 수업 전 긴장했던 아이들의 얼굴이 호감의 얼굴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또 책임져야 할 녀석들이 늘어남을 느낍니다.
지금 학교 현장은 교육과정상 종교와 철학, 종교와 심리학, 종교와 교육학 중 택1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몸부림은 아이들이 교과목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나타납니다. 99%가 종교 수업을 선택합니다. 간혹 철학이나 심리학을 선택한 제자들이 “목사님, 종교 수업 거부가 아니라 정말 철학과 심리학을 배우고 싶어서 선택한거에요. 목사님이 수업해주시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하고 미안해하며 갑니다.
올해로 열네번째 3월을 보냈습니다. 30대 후반에 부임해서 이제 50중반을 보고 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사역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나로서는 여전히 이 아이들과 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청소년 사역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