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험난한 방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도 거의 방학처럼 지냈는데 8월부터는 공식적이자, 본격적으로 방학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에는 아이들이 온전히 쉴 수 있는 방학에 엄마인 나도 들뜬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계획하곤 했는데, 아이들과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이제는 그럴 에너지마저 사라지고 “오늘은 또 어떻게 세 끼 밥을 줘야 하나?”는 걱정이 먼저 든다.
아이들도 이미 집에서 지내는 상황과 시간에 익숙해져서 특별한 일 아니면 별 흥미를 갖지 못하고 조금씩 지쳐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럴 때,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없을 때, 하루 종일 집에서 무언가는 하면서 보내야 하는 이럴 때, 교회에서 ‘1week, 1word - 한 주에 한 구절씩 성경암송’ 책자를 나눠 주었다.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신앙 훈련을 한다는 취지로 한 주에 한 말씀씩 30주 동안 계속해 12월에는 ‘전 교인 30구절 성경암송’ 대회를 연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말씀 카드를 받은 나도 시큰둥, 아이들도 시큰둥이었다.
‘이 더운 여름에 집에서 말씀 암송하는 것으로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나? 분명 아이들도 하기 싫어 할텐데… 어떻게 하지?’
이미 시작도 하지 않은 내 마음 속에 포기부터 하고픈 마음이 꿈틀꿈틀 싹트고 있었기에 암송 카드를 받고는 책상에 두고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막상 방학이 시작되고, 집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게 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바로 암송 카드였다.
“그래, 시간이 많을 때 아이들에게 말씀 암송을 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겠어. 한번 해보지 뭐”
이런 결심을 하고 아이들에게도 슬쩍 의견을 물었다. “교회서 암송 대회를 하는데, 대회에 나가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대” 라든지, “초등학생은 참가만 해도 상금이 있다는 말이 있던데…”라며 아이들을 살살 달랬다.
선물 이야기를 하고, 일주일에 겨우 한 구절 말씀이라며 안심을 주니, 아이들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결국 기나긴 방학을 암송과 함께 보내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 지… ”
“야, 지은율 너 제대로 안외울래? 그 부분에서 꼭 틀리더라. 모든 지각,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 이라고”
“누나, 이 부분 너무 어려워. 도대체 지각이 뭐야? 우리가 학교 늦게가는 그 지각이야? 하나님이 지각에 뛰어나?”
“설마, 하나님이 지각하겠냐? 나도 잘 몰라. 그냥 외워. 계속 읽다보면 외워져.”
그렇게 나른했던 방학의 날들이 아이들의 암송 소리로 다시 활기차졌다. 아이들은 누가 잘 외우냐, 못 외우냐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잘 외우고 있는지 봐주기도 하고, 틀린 부분은 반복하며 서로 짚어주면서 말씀 암송 재미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방학 동안 말씀을 암송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율법적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실제로 해보니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무엇보다 자율적으로 암송하는 태도를 보여줘서 너무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말씀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깨닫고 삶 속에서 늘 말씀을 가까이 하며 즐거워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