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은 예수님보다 여섯 달 먼저 태어나 예수님의 길을 예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미 그의 출생과 사역이 구약성경에 예언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 초기에 투옥되었습니다. 마태복음 4장 12절은 <예수께서 요한이 잡혔음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물러가셨다가>라고 기록함으로써 요한의 투옥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투옥 상태로 지내던 요한은 마태복음 11장에서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냈습니다. 오늘 본문이 이를 보여줍니다. 요한이 제자들을 보낸 이유는 감옥에 있으면서 예수님에 대해 혼란이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2절을 보면 <요한이 옥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을 듣고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께 여짜오되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이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요한의 태도는 매우 충격적인데, 그 이유는 요한이 예수님께서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요, 오실 메시아임을 증거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예수님께 대한 요한의 기대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 사이에 괴리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한은 당시 마카루스 감옥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감옥에서 구원해 주시길 기대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로마와 헤롯의 세력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위한 일을 시작하길 기대했을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세상이 바뀌고, 자신은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이 생각한 일을 하고 계시다면 무슨 소문이라도 들려와야 할 텐데, 그리고 세상이 소란스러워야 할 텐데, 세상은 너무도 조용했고, 감옥에도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정말 예수님께서 메시아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제자들을 보내 질문하게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요한의 제자들이 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어떤 답을 주셨습니까? 4-5절을 보면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가서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리되 맹인이 보며 못 걷는 사람이 걸으며 나병환자가 깨끗함을 받으며 못 듣는 자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하고 계신 메시아 사역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의 일은 성경이 언급하지 않고 있어서 제자들의 보고를 들은 요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요한은 헤롯이 제수인 헤로디아와 결혼한 것을 비판했고, 그로 인해 헤롯의 생일에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의 춤값으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요한이 헤롯의 부정한 결혼을 비판한 것을 보면 그는 사회 현안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요한이 예수님께서 사회 현안보다 개인들에게 말씀을 전하고 병자를 고치는 등의 일을 하시는 것을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합니다. 예수님께로 로마와 헤롯의 세력을 축출하고, 자신을 감옥에서 구출하길 기대했다면, 예수님께 대한 원망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예수님의 사역을 전해들은 후, 자신이 기대하는 일보다 더 본질적인 사역을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기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한의 경우를 보면서 우리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떻게 하시길 기대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 대한민국 사회에 개입하셔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여러 분야에 구체적인 일을 행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예수님께서 우리 사회를 방치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히틀러를 끌어내리려고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본 훼퍼 목사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그러나 이런 갈등을 생각하면서 내리는 결론은 예수님을 우리에게 맞추려 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예수님께 맞춰야 하겠다는 것과, 예수님께는 모든 것에 대한 계획과 섭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주님의 손길이 우리를 구원하시길 기대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