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연구] 성탄을 준비하는 사람들
마태복음 2장 19-23절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헤롯은 예수님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베들레헴의 아기들이 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주의 사자의 현몽으로 요셉은 마리아와 예수님을 모시고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후 헤롯이 죽었고, 다시 주의 사자의 현몽으로 예수님의 가족이 이스라엘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태복음 2장 19-21절입니다. <19 헤롯이 죽은 후에 주의 사자가 애굽에서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20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 죽었느니라 하시니 21 요셉이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가니라> 예수님의 가족은 헤롯의 아들 아켈라오가 유대의 임금이 되었기 때문에 꿈에 지시를 받아 갈릴리 나사렛에 정착했습니다. 나사렛은 본래 요셉과 마리아의 고향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사렛에서 성장하셨고, 나사렛 예수라 불리셨습니다.
이 내용으로 마태복음 2장이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3장으로 넘어가면 세례 요한이 말씀을 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마태복음 3장 1-2절입니다. <1 그 때에 세례 요한이 이르러 유대 광야에서 전파하여 말하되 2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 하였으니> 이렇게 보면 마태복음 2장과 3장 사이에는 오랜 세월이 숨겨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족이 애굽에 계셨던 기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애굽에 있는 예수님 피난 교회에 갔을 때, 그곳의 안내원이 예수님께서 머문 기간이 대략 7,8년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예수님께서 애굽에서 돌아오신 때는 7,8세 때였고, 서른 살 즈음에 메시아 사역을 시작하셨으므로, 예수님께서 나사렛에 머문 기간은 23년 정도라 하겠습니다. 어쨌든 2장과 3장 사이에는 적어도 이십 년 이상의 세월이 들어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2021년도 성탄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교회마다 예수님의 성탄을 생각하고 축하합니다. 설교자들은 마태복음도, 누가복음도 3장부터는 메시아 사역을 시작하시는 예수님을 다루기 때문에, 2장까지가 성탄 사건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설교 본문을 정하여 설교합니다. 그러나 저는 2장과 3장 사이의 침묵하는 시간 역시 성탄의 시간이요, 그 후의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도 성탄 사건이요, 길게는 지금도 성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탄이 무엇일까요? 최근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기도를 들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평화의 왕으로, 생명의 빛으로 탄생하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되었습니다.....> 이 기도는 어법에 맞지 않습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평화와 생명의 왕으로 탄생하셨으니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인데, 그 예수님을 기다린다고 기도하니 시제가 맞지 않습니다. 이미 이루어진 일을 기다린다는 것은 어법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신앙의 신비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탄생하여 오셨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탄생하여 오셨습니다. 가버나움 길거리에서 예수님께 나온 혈루증을 앓던 여인, 세관에서 예수님을 만난 세리 레위 등은 마리아와 요셉에 비해 삼십 년 늦은 성탄절을 경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삼십 년 늦게 그들의 인생에 탄생하셨습니다. 한 행악자는 예수님 옆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면서 자신의 인생에 탄생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후 이천여 년 동안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인생의 마구간에 탄생하시는 일은 현재진형형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사렛에 정착한 마리아가 예수님을 뒷바라지하고, 요셉은 목수로서 가장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것은 예수님께서 다른 이들의 인생에 탄생하시도록 돕는 고귀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성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사람을 가슴에 품고 수십 년 동안 그에게 예수님께서 임하시도록 기도하는 이, 기도로 말씀을 준비하는 설교자, 사랑의 섬김으로 예수님을 소개하는 많은 이들이 다 예수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자들입니다. 성탄절은 12월에 한 번 지나가는 사건, 행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