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서울의 삼광국민학교를 다녔는데 빨간색 체육복이 아주 멋진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체육복이 없었습니다. 집에 돈이 없어서 삼천원짜리 체육복을 사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체육이 있는 날이면 삼촌이 입던 츄리닝을 입고 학교에 갔는데 그러다 운동회 날이 되었습니다. 전교생 앞에서 저 혼자만 다른 츄리닝을 입고 서야 하는 시간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울며불며 체육복 안 사주면 나 학교 안 갈 거라고 떼를 썼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꾸깃꾸깃 감춰뒀던 비상금을 주셨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서 들고 뛰어나가는 데 문앞에서 아버지에게 그 돈을 빼앗겼습니다. 아버지는 그날도 술을 드셨습니다. 저는 결국 체육복을 못 사고 보라색 츄리닝을 입은채 운동회를 갔습니다.
그날의 제 심정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창피하고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순간 교회학교에서 듣던 전도사님의 설교말씀이 떠오르면서 제 안에 작은 믿음이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 “야, 너 하나님의 자녀 아니냐? 옷 한 벌 가지고 네가 이렇게 기죽어? 야, 그러면 하나님은 뭐가 되냐? 야, 기 펴! 어깨 펴! 고개 들어!”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어깨를 펴고 섰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생각도 못했던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당시는 핸드폰이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운동회 날 점심시간이 되면 엄마, 아빠는 자기 아이를 찾아 가서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전교생이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아이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구별이 잘 안 됩니다. 여기서부터 문제였습니다. 부모마다 자기 아이를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만 다른 색 옷을 입고 있었잖습니까. 그래서 엄마들이 자기 자녀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점심시간이 되면 보라색 쟤 옆에 가 있어라. 그러면 내가 널 찾아갈게.”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되자 친구들이 제 옆으로 몰려오기 시작한 겁니다.
정작 저희 부모님은 이날 장사하시느라 못 오셨습니다. 그런데 제 덕분에 아들을 찾은 엄마들이 저한테 고마워하시며 연신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네 덕분에 우리 아들을 찾았다구요. 제가 일종의 랜드마크, 깃발이 되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내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기 시작햇습니다. “융희야, 나 그 옷 부럽다. 나도 한번 입어보면 안 되냐?” “야, 우리는 똑같은데 너만 특별해 보여.” 저는 가난해서, 돈이 없어서 체육복을 못 입었는데 그날 저는 학교에서 완전히 스타가 됐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저는 그날 깨달았습니다. “난 특별하구나. 나는 가난하지만, 체육복도 못 사 입지만, 아빠한테 빼앗긴 술값으로 내 체육복은 날아갔지만 나는 하나님의 자녀요,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나는 특별한 존재구나.” 그리고 저는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하나님이 어떻게든 저를 쓰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무리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워도 기가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이날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홍목사가 된 지금도 만나는 다음세대들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너희들 중에 집에 돈이 없어서 체육복을 사 입지 못하고 츄리닝을 입고 학교에 가본 아이가 있니? 없다면 너희는 목사님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너희가 목사님보다 더 위대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를 바래. 하나님은 그 시절 그 가난한 아이였던 내게도 다가와주셨단다. 지금 너희들에게도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꼭 붙들기를 바래. 하나님은 너희들의 앞날을 인도해주시고 너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하신단다. 우리 하나님의 손을 잡고 우리에게 맡겨진 삶의 사명들을 하나씩 감당해 보자. 힘을 내렴. 하나님이 함께하실 거야!” 그렇습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다음세대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주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사랑하고 보살피고 양육합시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