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학교에서 빵돌이를 했습니다. 당시 학교 매점에서 빵을 파는 아이를 빵돌이라고 불렀습니다. 매 수업시간 마치는 종 치기 5분 전에 저는 일어나서 혼자 교실 문을 열고 나옵니다. 그래도 아무도 저를 쳐다보지 않습니다. 빵돌이가 빵 팔러 가는 가보다 하는 겁니다. 저는 애들이 공부하는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그래도 아무도 제게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빵돌이니까요. 매점으로 가서 문을 열고 빵을 준비합니다. 드디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면 학생들이 매점으로 뛰어오기 시작합니다. “야, 나 빵 줘.” “나, 볼펜 줘.” “나, 우유.” 정신없이 팔다가 다시 수업 종이 울리면 학생들은 다시 교실로 달려갔습니다. 저는 매점 문을 닫고 애들이 공부하는 복도를 지나갑니다. 아무도 절 쳐다보지 않습니다. 수업이 시작된 지 5분이 지나 수업이 한창인 교실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도 아무도 절 쳐다보지 않습니다. 빵돌이니까. 저는 그렇게 투명인간처럼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다니며 수업의 앞뒤 10분을 잘라먹고 독학으로 보충하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친구들이 축구하는 점심시간에 저는 내내 빵을 팔았습니다. 학생들이 농구하는 방과 후 시간, 저는 내내 빵을 세며 재고를 파악했습니다. 왜 빵돌이를 했을까요? 학비를 못 내서 그랬습니다. 집에 학비를 낼 돈이 없으니까 빵돌이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빵돌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저한테 “야, 너 빵돌이 아니야.” 하는 감동을 주시는 겁니다. “예? 하나님 저, 잘 보세요. 저 빵돌이 맞거든요.” “아니야. 너는 내 자녀야.” 그러시는 겁니다. “내가 이렇게 큰데, 너 내가 안 보이냐? 야, 네가 누구인지 뭐가 중요해? 내가 중요하지. 너 내 자녀야.” 그러시는 겁니다. 저는 놀랐지만 그 자리에서 “아멘!” 했습니다. 전에 없던 용기가 생겼습니다. 학교만 오면 늘 눌려 살던 제게 하나님은 담대함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마음을 가지고 그해 전교 학생회 부회장에 출마했습니다. 당시 저희 학교의 학생회장, 부회장 선거는 학생들이 직접 투표하는 직선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선거에 나갔을 때 제일 반대한 게 누구였을까요? 바로 저희 친형이었습니다. 한 살 위의 형이 제게 한 말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빵돌이는 빵 팔아라.” 네 자신을 알라는 말이었습니다. “누가 빵돌이를 찍어 주냐? 너 빵돌이인 걸 전교생이 아는데 누가 너를 찍어 주냐? 빵돌이는 빵 팔아라.”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순한 빵돌이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 학교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에 수긍하고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 내가 빵돌이인 줄 전교생이 다 알아. 맞아. 그런데 나는 예수 믿는 사람으로서 항상 정직하게 빵을 팔았어. 한 번도 내가 애들한테 짜증 낸 적 없고, 한 번도 속이거나 잔돈 적게 준 적 없고, 바꿔 달라고 한 것을 안 바꿔 준 적도 없어. 나는 정직하고 성실했어. 나는 하나님의 자녀야.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게 사는 걸 보여줄 거야. 그래서 나는 이번 선거 꼭 나갈 거야.” 그리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형, 나는 선거 운동이 필요 없다. 애들이 나한테 매시간 와. 내가 가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 와서 나한테 부탁해. 빵 좀 달라고. 우유 좀 달라고. 아이들이 늘 줄을 서, 내 앞에. 나를 만나려고. 나 명찰 달고 있잖아? 전교생이 내 이름을 안다구. 형! 나는 이번 선거 나가면 이길 수밖에 없어! 나 이거 안 나갈 수가 없어.” 그리고 선거에 나갔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현직 빵돌이 신분으로 그해 학생회 부회장에 당당히 당선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해에 저는 학교에서는 전교 학생회 부회장이 되었고 교회에서는 고등부 회장이 됐습니다. 그 당시에 교회에서 고등부 회장은 학교에서는 별 볼일 없었습니다. 또 학교 회장들은 교회 오면 예배드리고 나면 다들 바로 내빼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학교에서는 학생회 부회장 잘하게 도와주시고 교회에서는 고등부 회장 잘 해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시간 부족해도 공부할 때 집중력 주시고 교회에서는 잘 봉사할 수 있게 믿음 더해주세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랬더니 하나님이 그 기도를 응답해주셔서 저는 학교에서는 부회장으로, 교회에서는 회장으로 둘 다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 년 후에 다시 출마한 학생회장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되어 학생회 부회장에 이어 전교 학생회장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저에게 잊을 수 없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무리 부족해도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바로 아는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자녀요,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다면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저를 통해 역사하시고 영광 받으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날 다음세대들이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도전하며 살아가기를 꿈꾸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