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11(수)
 

홍융희 목사.jpg

 저는 고3 때까지 꿈이 없었습니다. 너무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름수련회에 가서 하나님께 저의 꿈을 받아 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난관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이 교회를 매우 싫어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시 교회 수련회에 간다고 자율학습 빠지는 학생들을 쫓아 매를 들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별명은 ‘불타는 감자’였습니다. 그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홍융희! 너 작년, 재작년에 다 여름방학 때 교회 수련회 갔다면서? 이번에도 가면 내가 너를 죽이던지 퇴학을 시킬 거야!” 이런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꿈이 없고, 제가 붙잡을 길은 오직 예수님밖에 없고, 그 예수님을 붙잡을 길인 수련회에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저는 두 눈 딱 감고 여름수련회를 갔습니다. 무슨 용기를 가지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첫날 밤 집회 시간에 정말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비전을 주세요.” 응답이 왔을까요? 안 왔습니다. 둘째 날엔 더욱 간절히 “주님! 꼭 진로를 보여 주세요.” 기도했습니다. 그런데도 응답이 안 왔습니다. 자, 이제 셋째 날 마지막 날 밤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온몸이 달아오르는 겁니다. 이제 내일 학교 가면 맞아 죽을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목숨 걸고 온 수련회인데 이 밤에 응답이 안 오면 나는 끝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나무뿌리를 뽑는 심정으로 제 안에 있는 모든 힘을 다해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 알려주세요. 저에게 꿈을 보여 주세요.” 밤새 데굴데굴 구르며 기도했습니다. 목이 다 쉬어버렸습니다. 그 밤에 응답이 왔을까요? 아쉽게도 안 왔습니다. 결국 저는 응답을 못 받고 산을 내려 왔습니다.

 

 그 다음 날 학교에 가는데, 5분 거리가 50년 같았습니다. “나는 이제 죽었구나!” 학교 교문에서 감자선생님이 불타고 계셨습니다. “감히 네가 내 말을 어기고 수련회를 가?” 주체를 못 하실 정도로 화를 내셨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방학 때 종교활동 다녀왔다고 매질을 할 수도 없고 퇴학은 더욱 안 될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던 선생님은 저를 교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분은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교사용 500자 원고지 100매를 던져 주시면서 “여기 앉아서 이거 다 채워서 반성문 써서 내고 가!” 그러시는 겁니다.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안 죽은 것은 다행인데 이걸 쓰다가 정말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정리나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 하나님을 믿는지, 왜 교회에 갔는지, 왜 수련회에 가서 하나님께 왜 내 진로를 하나님께 구했는지, 왜 그분이 나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지를 쭉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주님이 내게 해주신 모든 일들, 그 감격, 은혜 받은 것, 모든 것을 다 써내려갔습니다. 마치 옥중서신을 적는 사도바울이라도 된 듯 은혜가 충만해졌습니다. 내용을 쭉 다 쓰다가 마지막에는 ‘그러니까 선생님도 예수 믿으세요!’ 이렇게 마무리가 됐습니다.

 

 원고지 100매를 다 채우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니까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습니다. “이걸 정말 다 썼어? 진짜?” 그러더니 쭉 읽어보시는 겁니다. 그런데 읽다가 이분의 눈빛이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옆에 앉게 하고는 찬찬히 원고지 100매를 채운 반성문을 다 읽으셨습니다. 그리고 반성문을 딱 덮으시더니 이분이 충격적인 말을 하셨습니다. 교회를 저주하고, 교회 수련회 간다고 자율학습 빠지는 놈들을 죽인다고 하셨던 그분이 그때 하신 말씀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 말은 바로 “융희야, 너 목사 되어라! 내가 반성문을 한두 번 받아 본 게 아닌데 내가 보니까 넌 진짜다. 네 글을 읽어 보니까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네가 믿는 하나님은 진짜 같다. 융희야! 너 목사 되지 않을래?” 였습니다.

 

 그 한마디가 바로 수련회 내내 3일 밤을 새우며 매달렸던 제 인생 진로의 응답이었습니다. 기도원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던 하나님의 음성이 바로 그 순간 예수라곤 전혀 믿지 않는, 도리어 제겐 핍박자였던 불타는 감자 선생님 입을 통해 들려온 것입니다. 그 이후에는 선생님이 저희 부모님을 찾아가서 신학대학교 원서를 쓰도록 설득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그해 장신대를 갔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장신대 신대원을 갔고, 목사 안수를 받았고, 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 담임목회를 하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한 가지 확신이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 제가 붙잡은 길인 예수님은 진리시라는 것입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습니다. 생명이란 말은 그분 놓치면 죽는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분 놓치면 죽는 줄 알고 여기까지 왔는데 정말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홍목사가 된 지금도 오직 예수님만 전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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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목사의 다음세대이야기] 목사가 되게 한 선생님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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