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90년과 다가올 100년을 연결하는 ‘의미있는 2022년’을 보내는 교회가 있다. 올해 설립 90주년을 맞은 부전교회(담임 박성규 목사)이다.
1932년 3월 5일 부산 부전동에서 부산진교회 서면기도소로 출발, 1934년 부산진교회에서 분립해 부전교회로 개칭했다. 처음은 9평 정도의 예배당에서 성도 15명이 모여 시작했다.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함께 부암동에 위치한 경남 노동훈련소로 교회당을 이전했지만 6‧25전쟁 때 미군 부대에 교회당을 내주고 1950년 12월 부전동으로 이전, 천막교회로 다시 시작했다. 1952년 천막교회 부지에 목조 예배당을 건축하고 자리를 지켜왔다. 부전교회는 토요일마다 연고, 붕대, 가제 등을 준비해 아이들을 부전천으로 데리고 나가 씻어주고 약을 발라주고, 머리와 손발톱을 깎아주며 사랑과 봉사를 베풀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당시에는 야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1936년 초대 담임목사인 한익동 목사를 시작으로 제2대 담임 김상순 목사, 제3대 담임 김형식 목사, 제4대 담임 한병기 목사, 제5대 담임 신예철 목사에 이어 제6대 담임 박성규 목사가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목회하고 있다. 15명으로 시작된 부전교회는 90년간 목회자와 성도들의 꾸준한 열정과 섬김으로 출석 성도 5천여 명(코로나 이전 기준)에 이르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16년 12월 24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으로 교회를 이전했다. ‘글로컬비전센터’라는 이름으로, 연면적 4만2404㎡에 지하 5층 지상 10층 규모의 새성전을 건립했다. 도로 옆 거대한 방주 모양의 교회는 부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동래구 건축문화상 최우수, 부산다운건축상 금상을 수상했다.
국제(글로벌, global)와 현지(로컬, 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일컫는 신조어인 ‘글로컬’을 교회에 사용했다. 지역사회와 동행하길 원하는 부전교회 성도들의 마음을 담았다. 그 일환으로 부전교회는 설립 90주년을 맞아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우유를 배달하는 사업을 후원하기로 했다. 부산 동래구 거주 독거 노인 115명에게 주 3회 우유를 배달하는 사업이다. 부전교회는 이를 위해 최근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대표 호용한 목사), 동래구(구청장 김우룡)와 ‘고독사 위험이 높은 독거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박성규 목사는 “어르신들에게 소화가 잘되는 고단백 우유를 배달해 영양을 보충해 드리고 싶고, 배달된 우유가 쌓이면 건강 상태를 점검해 어르신들이 쓸쓸하게 돌아가시는 일을 막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90주년을 맞은 부전교회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성규 목사는 “1932년부터 시작된 역사의 물결이 흘러왔다. 올해 2022년은 미래의 100년을 향한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다. 부전교회의 무한한 미래, 영원하신 하나님과 동행할 100년을 기대하고, 더 큰 은혜의 100년을 향하여 모든 성도들이 함께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전교회 담임 박성규 목사 인터뷰
Q. 부전교회 90년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A. 부전교회는 크게 4번의 터전을 옮겼다. 부전교회는 부산진교회가 1932년 서면지역 성도들을 위해서 만든 기도소이다. 지금은 가깝지만 당시에는 오솔길로 걸어야 해서 꽤 힘든 길이었다. 주일학교 학생들, 여성들을 위해 세워진 곳이다. 1934년 정식 교회가 되었다. 1945년 해방되면서 넓은 공간이 필요해 부암동에 있는 경남 노동훈련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6.25전쟁 때 북한에서 철수하던 미군 부대가 노동훈련소를 사용하게 되었고, 당시 크리스천이었던 부대장이 교회가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도록 마련해주어 부전동에 자리를 잡게 됐다. 이후 교회가 성장하면서 공간이 부족해 새로운 부지를 알아보던 중 현재 위치인 사직동으로 옮겨오게 됐고 올해 6년이 되었다.
Q. 과거 역사를 보면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 것 같다.
A. 한국전쟁 이전에는 부전천에 아이들을 데려가서 씻기고 치료해주면서 돌보았고, 한국전쟁 때는 부모를 잃고 글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야학으로 가르쳤다. 특히 2대 담임목사였던 김상순 목사님은 1945년 10월 금성중학원이란 강습소를 열고 초대 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교육에 전념하기 위해 담임목사를 사임하게 되었다. 그렇게 세워진 금성고등학교가 지금은 불교재단에 넘어갔다. 이 외에도 글을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상록교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위한 그룹홈 쉼터를 운영하고 자살방지를 위한 생명의전화도 함께 시작했다. 또 1년 4차례 헌혈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어르신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등도 시작하게 되었다.
Q. ‘글로컬비전센터’라는 이름처럼 교회 건물이 지역사회를 향해 열려있다고 들었다.
A. 제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Th.M 공부할 때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네덜런드 신학자 헨드릭 크래머는 교회가 사회를 향한 봉사를 통해 복음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신도 신학’이란 책을 통해 크리스천이 세상과 담을 쌓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담임목회할 때도 봉사사역을 많이 했고 부전교회에서 목회하며 새성전을 건축할 때도 이런 철학이 반영되었다. 새성전을 지을 때 우선순위 첫째는 교회 예배이고, 두 번째는 다음세대, 세 번째는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이었다. 우리 교회를 보면 개방성을 중요한 키워드로 지었음을 볼 수 있다. 출입구가 굉장히 많아 어디서든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역 배드민턴 동호회들이 와서 체육관에서 편하게 운동하기도 하고, 강당 없는 학교와 유치원들이 방문해 학예회, 입학식, 졸업식 등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어린이도서관, 공연장, 웨딩채플도 외부에 오픈해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다만 웨딩채플의 경우 목사님이 주례하는 기독교 결혼식에 한해 외부 성도들도 저렴하게 대여하도록 돕고 있다.
Q. 90주년을 맞아 어떤 기념사업을 진행하는지 소개해달라.
A. 내부적으로는 먼저 성경 일만독대행진을 진행 중이며 현재 5천독이 넘고 있다. 교회는 목사가 아닌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세우시는 곳이다. 성경을 읽다보면 삶이 변화되기에 말씀을 통한 은혜를 진행 중이다. 두 번째는 코로나로 인해 무너진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목장을 활성화하고 새가족 양육을 통해 공동체성을 만들려고 한다. 세 번째는 유바디교육을 통한 다음세대 섬김이다. 유바디는 유니게와 바울을 통해 디모데가 건강한 믿음의 사람으로 세워진 것처럼 가정(부모)과 교회(교사)가 함께 믿음의 다음세대를 세워나가는 성경적 목회철학이다.
외부적으로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다. 먼저 동래구 100여 가정을 선정해 진행하지만 차후에는 16개 구군을 목표로 해마다 늘려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또 문화공연도 준비 중이다. 오는 3월 25일(금) 오후 7시 30분 ‘90주년 기념 음악회’를 개최한다. 90년의 역사를 스토리로 구성해 지역의 음악가들과 함께 수준 있는 무대를 선보이려 한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와 채움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또 9월에는 용서와 화해의 아이콘인 손양원 목사를 기리는 오페라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오페라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좋은 문화의 장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