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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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있습니다. 어느 아담한 집의 창문 사이로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때 가족 중 막내로 보이는 꼬마 아이가 갑자기 두 손을 모으더니 보란 듯이 큰 소리로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다음주는 드디어 크리스마스에요. 제가 1년 동안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시죠?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해요. 그리고, 예수님 제가 올해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요...”

5살 어린이가 바라는 성탄절의 참 모습은 예수님이 자기가 바라는 선물을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1년 동안 꼬박 12월을 기다린 것도 성탄절이 되면 생일, 어린이날과 마찬가지로 떳떳하게 하나님께 선물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최고의 선물을 가지고 올 것이라 믿으며 그 선물을 받는 크리스마스가 5살 어린이에게는 최고의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막내의 기도를 흐뭇하게 듣고 있던 아이의 아빠는 달력을 보며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승진발표일’이라고 적힌 것을 봅니다. 1년의 마지막 승진 발표가 있는 날이 하필 크리스마스 다음날입니다. 아빠는 오래전부터 승진을 준비하고 원했는데, 하필 그 날이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 ‘혹시, 예수님의 생일을 맞아 나를 위해 승진을 준비한 것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26일에 승진이 된다면, 이 아빠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그 곳이 곧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 성탄절을 꿈꾸고 있나요? 5살 어린 아이처럼 ‘예수님이 어떤 선물을 주실까?’ 기대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 아이의 아빠처럼 ‘크리스마스 선물로 예수님이 승진을 시켜주시지는 않을까?’ 기대하고 있나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가 되면 뭔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번에는 뭔가를 주시지 않을까? 이왕이면 생활에 도움이 되는 걸로, 가능하면 돈이 좀 되는 걸로...”

어렸을 때,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집에 들어오는 아빠보다 아빠 손에 들린 맛있는 간식들이 더 반가웠던 것처럼, 예수님이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신 그 사실만으로 축하하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오실 때 나를 위해 가지고 왔으면 하는 것들로 기대하며 반기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그 순간부터 우리에게 ‘평안’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어지럽고 힘든 세상, 경쟁과 다툼 속에 참 평화와 평안의 근원되시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평안을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안은 내 마음 속에서 충만히 이뤄질 때 내가 서 있는 그곳이 어디든 ‘유토피아’가 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많이 소유해야지 유토피아가 이뤄질 것이라 말하고, 더 높은, 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지 유토피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고, 혹은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 밟고 일어나야지 유토피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예수님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주신 참 평안’을 맛보기만 하면 그곳이 유토피아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세상 사람들은 알 리도, 알 수도 없는 비밀이자, 기쁨인 셈입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한국교회가 힘을 잃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 오히려 성숙할 수 있는 자양분을 쌓은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2년 크리스마스에는 예수님이 가지고 오실 선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자체, 예수님의 탄생 그 사실 만으로 기뻐하며 그 속에서 참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현실의 어려움을 회피하는 도피적 유토피아 대신 무너진 사회와 정의를 회복하는 재건 유토피아를 2023년에 이루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2023년에는 내실이 든든한 한국교회, 거품보다는 알맹이가 있는 한국교회로 성숙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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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 유토피아와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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