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찬송가의 역사는 길고도 복잡하다. 기독교가 한국에 소개된 후 첫 10년간은 공식적인 찬송가가 출판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예배 때 어떻게 노래하고 찬송했을까? 임시로 찬송가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사용되던 찬송가 ‘주 예수 아이워’(耶穌愛我我知道)를 부르기도 했고, 배재학당 같은 학교에서는 영어찬송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찬송가가 편찬되었는데, 그것이 1892년의 ‘찬미가’였다. 북감리교 선교부의 존스와 로스와일러가 편찬한 총30장으로 구성된 감리교 전용 찬송가였다. 2년 후에는 언더우드가 편찬한 ‘찬양가’가 출판되었는데 총 117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듬해에는 북장로교의 그래함 리와 기포드 부인이 편찬한 ‘찬셩시’가 출판되어 서북지방 장로교회가 애용했다. 1899년에는 지금의 침례교로 발전하는 동아기독교가 ‘복음찬미’를 편찬했고, 1903년에는 성공회의 ‘셩회숑가’가, 1907년에는 성결교로 발전하는 동양선교회가 ‘복음가’(1907)를 출판하게 된다. 융희2년인 1908년에는 윤치호가 15곡으로 구성된 ‘찬미가’를 발행했는데 여기에는 지금의 애국가가 4절까지 실려 있다. 곡은 올드랭사인에 맞쳐 부르게 되어 있었다. 이해에 구세군의 ‘구세군가’가 출판된다. 특히 1908년에는 장, 감합동으로 ‘찬숑가’기 발간되는데, 1920년까지 275,000부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좁은 지면에서 찬송가 발간사를 다 나열할 수 없고 한 가지 뒷이야기가 무성했던 찬송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신편 찬송가’였다. 1935년 11월 7일에 발간된 이 찬송가에는 400곡이 수록되어 있었으나 장로교 독단으로 흘려 장감 연합을 이루지 못했고, 예수교서회가 아닌 장로교 종교교육부가 편찬한 것은 상업적인 이유라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찬송가 편찬을 둘러싸고 노출된 지역적 대결도 심상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신편찬송가 중에는 비 기독교신자의 번역시(가사)가 있다는 점이 논란을 야기했다. 경남노회는 만일 비기독교인이 집필한 부분이 있다면 찬송가 발매를 중지해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왕삼은 ‘기독신보’(1936. 1.1)에 기고한 글에서 찬송가 편집과정이 비신앙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장로교의 논객이었던 김인서도 비신앙인이 번역과 작시에 관여한 점을 문제시했다. 그 비신앙인이라는 다름 아닌 이광수였다. 찬송가 번역진 중에는 춘원 이광수 외에도 이단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용도계의 전영택, 노산 이은상도 들어 있었다. 이은상은 마산의 기독교 지도자 이승규 장로의 아들이었으나 불교적 시문을 많이 남긴 문인이었다. 크게 문제시된 인물이 이광수였는데, 그가 번안하거나 손질한 곡이 18편 수록되었다. ‘온천하 만물 우러러’(14), ‘새 아침이 밝아오니’(37), ‘나를 위해 성자 예수’(51), ‘예루살렘 내 복된 집’(241), ‘저 높고 푸른 하늘에’(271), ‘주 안에 있는 나에게’(291), ‘주 예수 귀한 말씀이’(311), ‘주님 찾아오셨네’(317), ‘저 높은 곳을 행하여’(333), ‘세상의 헛된 신을 버리고’(337), ‘이 몸의 소망 무엔가’(341), ‘이 세상 풍파심하고’(364), ‘내 기도하는 한시간’(365), ‘누가 주를 따라 섬기려는가’(374) ‘하나님의 진리등대’(377), ‘물건너 생명줄 던지어라’(378), ‘주 예수안에 동서나’(383),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389) 등이 그것이다.
구왕삼은, “입으로 술을 먹는 이이며 또 담배를 피우는 이”로서, 이 신편 찬송가는 “술과 담배의 독취(毒醉) 속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마도 신편 찬송가 편집진은 당대의 대표적인 문인인 춘원에게 자연스럽고도 유려한 가사를 만들도록 부탁했을 것이지만 이미 출판된 이후였다. 춘원이 손질한 대표적인 가사가 “이 몸의 소망 무엔가 우리 쥬 예수 뿐일세”이데, 춘원이 쓴 가사가 그대로 남아 있다. 구왕삼 같은 이는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춘원의 가사는 지금 찬송가에 10여곡 이상 그대로 남아 있다.
비록 논란이 일었으나 비신앙인이었던 춘원이 기독교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지금까지 애창되는 감동적인 가사를 남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