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을 '부기총이 주도하기로 결의'는 사실과 다르다"
타연합기관 관계자들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추진위원 추천만 위임했다” 주장
2022년 부산교계의 큰 화두는 ‘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이었다. 이 사업은 부산교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이하 부기총)가 2006년 ‘부산기독교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당시 대표위원장 정경철 목사, 정필도 목사)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박물관 건립은 쉽지 않았다. 전직 부산시장인 허남식 시장(2004년 - 2014년)과 서병수 시장(2014년 -2018년)은 부산교계가 부지 확보만 하면 건축은 부산시가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토지매입과 기금 조성이 뜻대로 되지 못했다. 2015년도에는 부산진교회 소유 부지에 박물관 건립추진을 했으나 교회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박물관 추진이 지지부진하다가 작년 (재)한호기독교선교회(이사장 인명진 목사, 이하 한호선교회)가 박물관 건립을 위해 좌천동 일신기독병원 부지 300평을 부산시에 기부채납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부산시도 화답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인명진 목사와 만난 자리에서 “부지만 있다면 부산시가 기독교역사박물관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여러 차례 부산교계 행사에서 이 같은 약속을 확인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건축 및 운영 과정에 잡음이 없어야 한다. 부산교계가 한 목소리를 내어 줄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박 시장의 이같은 요구(한 목소리를 내어 달라)를 위해 한호선교회는 부산성시화운동본부(10월 20일 부산비즈니스호텔)와 부기총(10월 27일 부산롯데호텔, 12월 2일 동래중앙교회에서 두차례 만남)과의 사전 만남을 가졌고, 12월 8일에는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역사관 건립을 위한 사전 회의’를 위해 부산교계 대표적인 연합기관인 부기총, 부산성시화운동본부, 21세기포럼, 부산기독교장로총연합회, 한호선교회 등 총 5개 기관 18명이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부산기독역사관 건립을 참석자 전원이 찬성한다’,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다’,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추진위원 추천을 부기총에 위임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발생했다.
부기총 중심으로 역사박물관 건립 추진(?)
12월 8일 5개 기관 모임 이후 2023년 1월 A신문에 ‘교계대표, 부기총 중심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 추진 결의’라는 보도가 나왔다. A 신문은 “이날, 5개 단체는 부산기독교 숙원사업인 ‘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하나가 되었음을 천명하고, 건립추진위원회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은 부기총 신문(제8호, 3월 30일자)에도 그대로 보도된다. 부기총 신문 8호(3월 30일자)에는 “이날, 5개 단체는 부산기독교 숙원사업인 ‘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해 하나가 되었음을 천명하고, 건립추진위원회는 부산기독교총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기로 했다”며 “부기총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합의에 따라 올해는 건립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계의 기도와 후원이 필요합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A 신문과 부기총 신문은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을 위한 일신재단 안, 복병산 일원 건립안, 기존의 동래중앙교회의 사립 기독교박물관을 공립박물관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 3가지 안을 논의, 장점이 돋보이는 ‘복병산 일원 건립안’과 ‘동래중앙교회 건립 안’을 우선순위로 추진하며 두 개의 안이 어려울 경우, 일신재단 안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작년 12월 8일 ‘역사관 건립을 위한 사전 회의’에 참석한 타 연합기관 관계자들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호선교회와 21세기포럼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현모 장로는 “부기총에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 추천을 위임한 적은 있으나, 역사박물관 건립을 부기총이 주도하기로 결의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본부장 박남규 목사도 “그 날의 회의는 결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역사관에 관한 교계의 의견 조율을 위한 것이라 결의 자체가 없었다”며 “역사관 건립의 주체나 장소 등은 그 회의에서 결정할 사안이나 내용이 아니었기에 결의된 것이 없고 추진위 조직에 관한 토론만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기독교장로총연합회 대표(당시 대표회장)로 참석한 강치영 장로도 “그런 결의(역사관 건립을 부기총 중심으로 추진한다) 자체가 없었다. 간담회 형식의 자리였는데, 결의할 사안은 없었다. 다만 참석자 중심으로 역사관 건립을 찬성하고 건립추진위원회 구성을 합의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A신문과 부기총 신문이 보도한 ‘1안(복병산 건립 안)과 2안(동래중앙교회 사립박물관을 공립박물관으로)이 안 될 경우 3안(일신기독병원 땅)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임현모 장로는 “그날 부기총이 3가지 안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를 갖고 나왔다. 그런데 어떤 안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사실이 없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3가지 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두 신문(A 신문과 부기총 신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부기총, “서명한 자료가 있다”
부기총 내 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 추진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영관 이사(법인이사)는 “당시 부기총이 중심이 되어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서명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타 연합기관에서)뜬금없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우리는 (오랫동안)복병산 일대와 동래중앙교회 사립박물관을 공립박물관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 왔다. 당시 모임에서도 한호선교회 이사장 인명진 목사는 ‘부기총 안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준비한 두 가지 안이 안되면 일신기독병원 부지를 검토하자는 말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부기총이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복병산 일대 부지에 대해서는 “현재 공원 부지이고, 우리가 이 부지를 매입한 후 부산시에 기부채납 형식으로 박물관 건립을 할 예정이다. 매입금액에 대해서는 아직 밝힌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기총에 대한 불편한 시선
지난 7월 31일 부산광역시경찰청 반부패수사1팀은 부기총이 주관해 온 부산크리스마스트리문화축제에 대해 지방재정법 위반, 배임수재, 배임증재, 업무상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관련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검찰 송치는 2018년(제10회) 이후 트리문화축제 관련 건이며, 작년 10월에도 2017년(제9회) 트리문화축제 관계자 3명을 검찰에 송치해 관련자 3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이 구형된 바 있다.
이처럼 과거 트리축제 재정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고, 조직위원회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에서 벌금을 구형받았거나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예산을 집행해야 하고, 건립 후 운영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산기독교박물관 건립을 부기총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계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9년부터 부산시와 부산중구청의 지원과 부산교계의 헌금으로 진행되어 온 트리문화축제가 부기총의 운영 잘못으로 작년부터 중구청이 주도하는 ‘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로 전락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교계 지도자는 “만약 부산기독교박물관 건립을 부기총이 주도한다면 얼마나 많은 교회가 호응할지 의문이다. 이것은 부산시장이 요구한 ‘부산교계의 한 목소리’에도 맞지 않다”며 “지금은 부기총이 부산기독교박물관 건립보다 잃어버린 트리축제 운영권부터 찾아오는게 순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