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교양 읽기 ⑦] “순례는 영원한 삶을 위한 큰 투자입니다!”
이제는 부산의 선교지와 신앙 유적 따라가는 ‘우리의 순례길’ 만들어야
“기독교 신앙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
《여행》이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이나 관광에 관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학적이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여행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행은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것을 비롯해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전통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서두에 ‘기독교 신앙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며, 기독교는 ‘길 위의 신학’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범주는 관광에서부터 피난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다. 여행, 관광, 이주, 순례, 방랑, 선교여행, 단기 집중여행 등 다양한 형식의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단순히 관광하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권력관계까지 들여다 볼 것을 요구한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국주의의 연성(軟性) 권력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신학적, 정치적 저항 행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여행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순수한 신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신학자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힘겹다. 그렇기에 여행을 떠나되, 지금부터라도 좀 더 보람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 저자인 요르그 리거(Joerg Rieger)는 미국 달라스에 있는 남감리교 대학교 퍼킨스 신학대학의 구성신학 교수이다. 독일 태생으로 신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했다. 원제 Traveling. 포이에마, 2015. 9,800원.
저자는 여행은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난 것을 비롯해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전통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한다. 그래서 서두에 ‘기독교 신앙은 길 위에서 완성된다’며, 기독교는 ‘길 위의 신학’임을 강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행의 범주는 관광에서부터 피난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상당히 넓다. 여행, 관광, 이주, 순례, 방랑, 선교여행, 단기 집중여행 등 다양한 형식의 여행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은 분명하다. 단순히 관광하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어 있는 권력관계까지 들여다 볼 것을 요구한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제국주의의 연성(軟性) 권력에도 휘둘리지 말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신학적, 정치적 저항 행위가 되어야 제대로 된 여행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순수한 신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신학자는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힘겹다. 그렇기에 여행을 떠나되, 지금부터라도 좀 더 보람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 저자인 요르그 리거(Joerg Rieger)는 미국 달라스에 있는 남감리교 대학교 퍼킨스 신학대학의 구성신학 교수이다. 독일 태생으로 신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했다. 원제 Traveling. 포이에마, 2015. 9,800원.
[좌담: 김길구 전 부산YMCA 사무총장, 김수성 경성대 외래교수, 김현호 기쁨의집 기독교서점 대표]
여행!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낱말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봇물 터지듯 급상승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삶에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이색적인 것을 접할 때 느끼는 신선함이 우리를 떠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 읽었던 책, 《여행, 관광인가 순례인가》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역설한다.
#여행은 구약-기독교 전통과 연결돼
김길구 : 이 책을 열자마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위대한 여행의 모험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세상은 거대한 책이라 했고 여행자만큼 이 책을 많이 공부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꼼짝 않고 자기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것이다.” 상당히 인상적인 말입니다.
김현호 : 저자는 기독교 신앙에 있어 여행이란 구약-기독교 전통과 깊이 잇대어 있으며 신앙을 실천하는 현장은 바로 길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순례로서의 여행은 ‘길 위의 신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신학과 관련지어 표현한 것 같습니다.
김길구 :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난 것에서부터 광야 생활, 바벨론 포로 생활, 예수의 사역과 바울의 전도 여행 등 모두가 정적인 신앙이 아니라 끊임없는 길 위의 신앙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은 ‘나를 따르라’는 초대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수성 :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행’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이나 관광보다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단순한 관광보다는 순례, 방랑, 이주, 피난 등 자의적 여행은 물론 어쩔 수 없이 정주지를 떠나 이국땅에 머무는 것까지도 포함합니다.
김길구 : 저자는 ‘길 위의 신학’과 ‘사유화(思惟化) 신학’을 대립시켜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좁은 길로 들어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정주하는 신학은 자칫 안정을 유지하는 ‘넓은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합니다.
김현호 : 교회가 일정 지역에 자리를 잡더라도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안디옥교회와 같이 끊임없이 인근 지역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지원하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계에서는 선교사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대폭 줄어 걱정입니다. 헌신보다는 안주를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김길구 : 여행은 장차 들어갈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임을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의 안락함을 버리고 길에서 만남 사람들과 함께하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김길구 : 이 책을 열자마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위대한 여행의 모험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 세상은 거대한 책이라 했고 여행자만큼 이 책을 많이 공부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꼼짝 않고 자기 집에만 박혀 있는 사람은 이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것이다.” 상당히 인상적인 말입니다.
김현호 : 저자는 기독교 신앙에 있어 여행이란 구약-기독교 전통과 깊이 잇대어 있으며 신앙을 실천하는 현장은 바로 길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순례로서의 여행은 ‘길 위의 신학’이라고 정의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신학과 관련지어 표현한 것 같습니다.
김길구 :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난 것에서부터 광야 생활, 바벨론 포로 생활, 예수의 사역과 바울의 전도 여행 등 모두가 정적인 신앙이 아니라 끊임없는 길 위의 신앙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은 ‘나를 따르라’는 초대의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김수성 :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행’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행이나 관광보다는 훨씬 넓은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단순한 관광보다는 순례, 방랑, 이주, 피난 등 자의적 여행은 물론 어쩔 수 없이 정주지를 떠나 이국땅에 머무는 것까지도 포함합니다.
김길구 : 저자는 ‘길 위의 신학’과 ‘사유화(思惟化) 신학’을 대립시켜 여행을 이야기합니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좁은 길로 들어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정주하는 신학은 자칫 안정을 유지하는 ‘넓은 길’이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합니다.
김현호 : 교회가 일정 지역에 자리를 잡더라도 안주할 것이 아니라, 안디옥교회와 같이 끊임없이 인근 지역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지원하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최근 교계에서는 선교사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대폭 줄어 걱정입니다. 헌신보다는 안주를 원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김길구 : 여행은 장차 들어갈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임을 새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의 안락함을 버리고 길에서 만남 사람들과 함께하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죠.
# 길에서 자기를 찾고 하나님 만나야
김수성 : 사실 저자가 강조하는 여행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여행과 많은 차이가 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패키지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여행 스타일입니다.김길구 :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하고 있죠. 여태까지 구경꾼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직접 체험하는 순례나 트레킹으로 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벌써부터 자유여행이나 배낭여행 붐이 불고 있습니다.
김현호 : 문화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근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오는 사람이 연간 2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성지 순례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단순히 관광에 치우친 면이 많다는 것이죠.
김수성 : 조지 리처의 책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 보면, ‘맥도날드화된 관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행사는 관광지의 사람, 문화, 제도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자유시간은 거의 없도록 빡빡하게 일정을 짠다는 것이죠.
김길구 : 그렇더라도 주위에서 성지 순례를 다녀와 달라졌다는 분이 많은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달라져야 할 부분도 많지만, 현재의 흐름을 보면 머지않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순례는 ‘영원한 삶을 위한 큰 투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김현호 :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돈만 지불하면 되는 관광은 편리함과 돈에 따른 대가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순례 정신으로 길을 떠나는 사람은 조그마한 것에서도 감사하게 됩니다.
김수성 :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신 분들의 말을 들으면, 엄청난 고생을 하였지만 기회만 된다면 또 가고 싶다고 합니다. 길 위에서 자기를 찾고 하나님을 만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현호 : 저는 가끔 제주도 올레길을 걷습니다. 이 길을 만든 서명숙 씨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독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레길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지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갈맷길, 초량 산복도로 길이라도 순례의 정신이라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최근 부산에서도 기독교 순례 길을 개척하는 노력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부산장신대에서 ‘부산의 기독교 유적지’ 가이드북을 만들어 순례길을 안내하는가 하면, 부산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몇 년째 부산의 선교 역사를 돌아보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광복로 입구에 초기 선교사 첫 기착지 표지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신앙 성지 순례길 만들어야
김현호 : 저는 몇 해 전부터 타 지역 기독인들과 부산의 청소년들에게 부산의 기독교역사를 간직한 초량교회, 장기려기념관, 부산진교회, 일신여학교기념관과 일신병원, 수정동성결교회, 삼일교회 등을 연결하는 지역 순례길을 몇 차례 안내해 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서 이런 순례를 정례화하고 좀 더 전문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김길구 : 김현호 대표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교회가 이런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초기 부산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선교여행이나 순례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 길을 성지로 삼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호 : 필요하다면 도시 교회가 기독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의 농촌이나 어촌 교회와 연계하여 순례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신앙의 유적 탐사도 좋은 순례길이 될 것입니다.
김수성 : 저는 교회의 여름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내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 하나님을 찾는 순례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개 교회에 부담이 된다면 지역 교회가 공동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어떤 분은 일본의 저력을 소위 ‘오타쿠’ 문화에서 찾기도 합니다. 개개의 민간인들이 하나의 주제나 관심사에 대해 평생 파고들어 전문가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문화이죠. 북유럽의 힘도 이와 비슷한 민간인들의 평생공부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열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다음 달에는 피터 스카지로가 쓴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김수성]
김현호 : 저는 몇 해 전부터 타 지역 기독인들과 부산의 청소년들에게 부산의 기독교역사를 간직한 초량교회, 장기려기념관, 부산진교회, 일신여학교기념관과 일신병원, 수정동성결교회, 삼일교회 등을 연결하는 지역 순례길을 몇 차례 안내해 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서 이런 순례를 정례화하고 좀 더 전문화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김길구 : 김현호 대표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교회가 이런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던 것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초기 부산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선교여행이나 순례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것이 우리 길을 성지로 삼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호 : 필요하다면 도시 교회가 기독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지역의 농촌이나 어촌 교회와 연계하여 순례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신앙의 유적 탐사도 좋은 순례길이 될 것입니다.
김수성 : 저는 교회의 여름학교가 이런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내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 하나님을 찾는 순례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말입니다. 개 교회에 부담이 된다면 지역 교회가 공동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길구 : 어떤 분은 일본의 저력을 소위 ‘오타쿠’ 문화에서 찾기도 합니다. 개개의 민간인들이 하나의 주제나 관심사에 대해 평생 파고들어 전문가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문화이죠. 북유럽의 힘도 이와 비슷한 민간인들의 평생공부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열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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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흔들리며 걷는 길》 / 김기석 / 포이에마
《信行여행, 한국기독교유적지 137》 / 이성필 / 세줄
《부엔 카미노! 산티아고를 걷다》 / 구철헌 / 예영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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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行여행, 한국기독교유적지 137》 / 이성필 / 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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