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2-1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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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를 바라보면서 의아한 점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온갖 억측을 불러일으켰던 용산으로 관저 이동, 이태원 참사의 후속처리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과오, 가족의 비리 문제, 국제잼버리대회 졸속 운영 문제, 양평고속도로 사태, 해병대 수사단장 박 대령 사건 등 숨 돌릴 틈조차 없이 이어진 연이은 사건사고 속에서도 콘크리트 같은 30%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주 정부가 시작되면서 들어섰던 전직 대통령들 모두 저마다의 암초를 만나 지지층 급락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IMF 사태, 고 김대중 정부의 경우 두 아들의 구속,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FTA 체결과 이라크 파병,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사태와 BBK 문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부동산 문제 등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국정지지도가 추락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현재 대통령은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줄지어 발생하는데도 굳건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으니 신기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지 나름대로 분석을 시도합니다.

 

마침 올해가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 사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먼저 ‘파레토 법칙’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경제학자였던 그는 자국 내 부(富)의 분배 상황을 연구한 후 20% 인구가 80% 부(富)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후학들이 ‘파레토 법칙’이라 명명하면서 유명해진 이론입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파레토 법칙은 오늘날에도 많은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위 20% 소득자가 전체 세금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백화점 20% 고객이 전체 매출의 80%를 책임지며,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20%의 버그를 수정하면 오류 및 충돌의 80%가 해결된다거나(Microsoft), 심지어 평소 즐겨 입는 옷조차도 옷장 속 20%에 불과하다든지 하는 식으로 다양한 통계적 사실들을 말할 때 곧잘 파레토 법칙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이러한 20%를 공략하라는 선택과 집중의 원리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다방면에서 상당히 수긍이 가는 이론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정치 분야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지지율을 자랑했던 전직 대통령들이 상기한 여러 문제로 인해 한 자릿수의 처참한 지지율을 기록했던 사실을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론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30% 원리’를 주장하는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패션의 70/30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말인데, 브랜드의 상위 30% 스타일에서 전체 매출의 70%가 나오더라는 얘기입니다. ‘연애 강자 3할의 법칙’도 있습니다. 연애 잘 하는 사람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더라는 의미입니다. 주로 일본 쪽에서 많이 나오는 말인데(일본인구문제연구소), 『솔로사회가 온다』(북바이북, 2022)의 저자 아라카와 가즈히사에 의하면 연애를 하든지 이미 결혼을 했든지 불문하고, 심지어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 중에서도 연애 강자의 비율이 30%를 차지하고 있더랍니다. 야구의 경우에도 타격을 잘 하는 기준이 3할입니다. 즉 세 번 나와서 한 번꼴로 살아나가면 훌륭한 타자라는 칭송을 받습니다. 이처럼 30%라는 비율은 정확하게 설명할 길은 없어도 우리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임상적으로 체험하는 경험적인 수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영역만큼 경험치가 무의미할 때가 많은 분야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원리 역시 지금 대통령의 지지율 30%의 정밀한 기반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30%’ 견고한 장벽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대통령의 발언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으로부터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1년 전과 달리 ‘문제는 이념이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새는 두 날개로 나는 법이지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도 하셨습니다. 지금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홍범도 장군’ 같은 논쟁이 이로부터 기인한다고 봅니다. 독립전쟁의 영웅이지만 공산주의는 안 된다는 시각에서 촉발된 논쟁이 아닙니까? 공산주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므로 한-미 동맹 강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일 수밖에 없고, 필요하다면 일본과도 손을 잡고 반공을 위해서라면 강제징용이나 오염수 같은 문제에 있어서 조금은 양보해도 좋다는 인식이 나타나지 않나 합니다. 올해로 어느덧 휴전 70년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6. 25 세대들에게 전쟁은 아직도 실제적으로 현재진행형입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거나 전쟁 종료 후 약 10년 안에 태어나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학습한 세대가 바로 나이 60대 이상이며 현재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바로 견고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념이 물론 중요합니다. 우리 현실에서 반공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민주나 민생과 같은 모든 가치를 집어삼키는 리바이어던을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습니다. 반공은 국시일 수 있으되 우상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신앙인으로서 이러한 영적인 하한선만은 반드시 지키며 분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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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칼럼] 삼십 퍼센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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