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시와 분을 아껴 부지런히 초바늘을 움직입니다. 혹시라도 구멍난 시간이 있으면 그 틈을 참지 못하고 다른 일로 채우며 하루 24시간, 일주일 168시간을 쉬지 않고 살아갑니다. 순간 순간 파도처럼 거대한 일이 밀려오더라도 거뜬히 일들을 처리하며 일상을 묵묵히 이겨냅니다.
반면, 나침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나침반이 목적을 향한 방향을 가리키듯, 인생에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일관성있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목적이 분명하기에 철학이 있고, 길이 있으며, 그 길 위에서 자신만의 은사를 펼치고 살아갑니다.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인류는 지식의 작용으로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더 나은 시대를 열어간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꿈을 꾸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오늘도 열심히 지식을 쌓아가는 시계형 사람과 지식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고 살아가는 나침반형 사람 모두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먼저, 시계형으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은 세계 10위 내외의 경제 성장과 수출입 7위의 규모, K팝과 K한류 문화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잘 사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았고 ‘빨리 빨리’ 문화답게 빨리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전쟁 후 70년 동안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끌며 선두 그룹에서 리드하고 있습니다.
반면 나침반형으로 한국을 보겠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교통사고율 1위입니다. 자살률, 출산율 등은 인간의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입니다. 자살률과 저출산율 1위는 “지금 대한민국은 살만한 곳이 아닙니다”라는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국의 현실을 바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소위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가족, 관계, 행복, 건강” 등을 답으로 꼽았는데, 한국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물질” 즉 돈으로 꼽았습니다.
이와 같은 지표가 계속 보이면, 우리는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시계형 속도인지, 아니면 나침반형 방향인지를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속도도 방향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라는 것을.
우리 사회와 비슷한 우리 인생도(삶) 한 번 점검해 봅시다.
지금까지의 ‘내’가 만들어지기 까지 수많은 교육, 미디어를 통한 메시지 등은 부흥, 성장, 열심, 열정의 시계형 속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디에 목적과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나침반형 방향이 필요합니다.
한국교육, 한국 기독교 교육은 어떤가요? 지배욕과 호기심, 혹은 지적 욕구만을 채우는 결과 중심의 교육, 즉 시계형 교육이 아니었나요? 교육의 목적이 사랑하며 섬기고 배려하는 인간을 만들어가는 가치와 철학이 있는 나침반형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38년 동안 청소년들을 섬기는 십대의벗을 하다보니 한 해 한 해 보이는 것이 다른데, 특히 올해는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나침반으로 정확히 보이는 듯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철도 함께 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벌레만도 못한 인간을 사랑해서 지금까지 사랑의 나침반으로 인도하신 주님이 앞으로도 그 사랑의 나침반으로 인도하실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