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할 수 있는 기독교 대학이 되겠습니다”
고신대학교 제11대 이정기 총장 인터뷰
고신 제73차 총회가 열리던 마지막 날(9월 21일) 학교법인 이사회가 고신대 총장선거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단독 출마한 백석대 이정기 교수를 고신대 제11대 총장으로 선출했다. 또 10월 23일에는 고신총회운영위원회가 열려 찬성 76, 반대 20으로 고신대 총장 인준을 가결했다. 본격적인 이정기 총장 시대가 열린 것이다.
본보는 지난 6일 이정기 총장을 만나 현재 학교 상황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Q.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고신대 총장으로 선출되셨고, 총회 운영위에서 인준까지 받으셨습니다. 모교에 총장으로 다시 돌아오셨는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저는 고신대 80학번 기독교육과 출신입니다. 졸업 후 남학생들은 대부분 신대원에 가지만 저는 교육학을 하고 싶어 서울로 갔습니다. 연세대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직장생활 하다가 미국 유학을 갔다 왔습니다. 미국에서 올 때 고신대 교수로 오고 싶었습니다. 다들 모교 교수를 꿈꾸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시 고신대에 관선이사가 오고 병원이 부도가 나고 그래서 교수를 뽑지 않았습니다. 그때 마음이 좀 안 좋았어요. 왜냐하면 고신대에 오려고 미국 주립대에서 박사 논문을 기독교 대학 교수들의 교수법에 대해 썼거든요. 이후 하나님의 은혜로 백석대에 가서 많이 배우고 많이 성장했습니다.
백석대에 20년 정도 있었는데 10년 전부터 고신대 재정지원 사업, 평가 등 모교를 돕고자 오가며 학교를 도왔습니다. 그러다 제가 총장으로 거론되었습니다. 묵상도 하고 금식기도도 했지만 답은 하나였습니다. 모교 사랑, 고신대 사랑 그리고 소명으로! 하나님 주신 사명이라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고 소명입니다. 제 임기 동안 기독교대학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제 사명이고 비전입니다.
Q. 총장선출 과정에서 특정인의 낙마 운동이 있었습니다. 백석대 교수라는 이유 때문에 ‘교단인사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A. 저는 고신대 출신이고, 고신 교회의 아들입니다. 저희 할머니 고신 교회 초대 권사, 어머니도 권사, 형수님도 권사로 3대가 고신 교회 권사입니다. 제 아버지가 고신 장로로서 경남노회 부노회장, 고신총회 부회계를 역임했습니다.
직장으로 타 대학에 있었지만 교단 인사가 아닌 것은 제가 동의 할 수 없어요. 그동안 고신대에 타대학 교수가 총장으로 온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처음이니까,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고신 사람입니다.
Q. 고신대학이 많이 힘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방사립대학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고신대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지금 지방사립대학이 어렵다는 것은 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대학 평가 컨설팅을 위해 전국 대학을 많이 다녀보고 평가를 했습니다. 지금 우리 대학뿐이 아니고 다 어렵습니다. 다른 대학 어려운 것과 고신대 어려운 것이 제가 볼 때 많은 부분 똑같습니다. 문제는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입니다. 방향은 분명합니다.
고신대가 77년 되었습니다. 역사도 있고, 신앙유산도 있습니다. 기독교 대학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기독교 대학이 다음 세대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됩니다. 우리 대학만의 특성화가 있고, 발전 전략이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유지하면서 혁신을 해야 합니다. 지금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것이 ‘담대한 혁신’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교육부 정책을 따라가야 합니다. 기독교 대학 정체성 유지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서 혁신하는 것이 고신대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Q. 총장으로 선임되신 후 업무파악을 해 오셨습니다. 현재 고신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가장 큰 위기는 ‘재정 위기’입니다. 제가 와서 업무를 파악해 보니 단기성 유동성 자금 위기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회의 후원과 교회의 후원이 제일 우선이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구성원들이 먼저 희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니 이미 몇 달 전부터 보직자들이 보직 수당을 안 받고 있습니다. 또 신입생 모집을 위해 출장을 가는데 출장비도 안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직원 자녀 복지도 몇 가지 있는데 지금 학교가 위기라 중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규정을 변경해 교수님들의 수업을 더 늘리고자 합니다. 지금 구성원들이 먼저 희생하고자 재정 절감 방안을 8~10가지 찾고 있습니다. 또 발전기금 마련을 위해 개인, 기업 등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일단 학년말 12월말, 학년도말 2월말까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신대의 재정이 거의 정해진 루트로 들어오는데 재정 확보의 다각화로 안정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학교 앞 한나라빌을 팔 수 있도록 허가도 받았습니다. 이런 자구책으로 단기성 자금 재정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Q. 학과 구조개편 및 정원조정을 어떻게 해 나가실 계획이십니까?
A. 저는 전공이 교육학으로 교육전문가입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이런 비전을 가지고 왔지만 지금은 엄두도 못 냅니다. 현재 학과 구조 개편과 정원 조정은 지방사립대학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교수님들을 만나 뵙고 또 작년 조사 결과를 보니 교수님들 역시 학과 구조 개편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시대적 요청이니까요.
다만 절차가 있습니다. 총장이 앞장서서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해야 합니다. 학과 경쟁력이 없으면 학생들이 오지 않아요.
정원 조정은 의견들이 분분합니다. 학과를 줄이면 정원은 줄여야 됩니다. 사실 5~7년 전만 하더라도 정원을 가지고 있는게 학교의 자산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립대는 등록금 수입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가 못 채우면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매우 불리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줄여야 합니다.
고신대도 860명에서 780명으로 줄였는데, 제가 데이터를 보니 그동안 부경 지역의 사립대학이 지난 21년도에 비해서 23년도에 약 3천명을 줄였어요. 평균적으로 200~300명 줄였어요. 그에 비해 고신대는 너무 적게 줄인거죠.
학교의 특성화와 발전전략에 맞게 대내 대외 분석을 할 계획입니다. 계속 없애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폐지도 하고 신설도 해서 학교를 이끌어갈 수 있는 과가 있어야 합니다. 학과를 개편하면 자동으로 정원 조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 봄에 최종안을 교육부에 제출해야 25년도에 제출안으로 학생 모집을 하기에 곧 조정안이 나올 것 같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는 아니고 100%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만 공감하지만 그 대상이 나인가, 내 과인가 그러면 이해가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그만두는 게 아닙니다. 울 때는 같이 울며 다 같이 가는 겁니다.
Q.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신대의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A. 지난주 기독교 총장 기도회에 갔습니다. 총장님들이 다 외국인 유학생을 말씀하셨어요. 왜냐하면 국내 입학 자원은 거의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데 지금 전국에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이 와 있습니다. 지금 고신대는 87명이 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야 하는데 우리의 장점은 KPM(고신총회 세계선교회)이 있는 것입니다. 54개국 495명의 선교사님들이 사역하고 계십니다. KPM 본부장님께서도 적극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선교사님들의 추천을 받아 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기독교대학으로서 고신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선교사님을 통해 오는 학생 인구가 정확하지 않기에 다각화를 위해 많은 대학이 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대외협력팀이 열심히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투트랙으로 선교중심대학 역할도 하면서 대학의 학생 자원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교육행정 전문가신데요. 현실적으로 고신대가 도전할 수 있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은 무엇일까요?
A. 제 전공도 맞고 제 이력서를 보면 알겠지만 오랫동안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위원, 진단위원, 컨설팅위원으로 활동했고 또 혁신 사업들을 평가 했습니다. 이번에 와서 보니 등록금 수입이 전체 예산에 차지하는 비율이 적습니다.
그동안 평가를 잘 받아서 혁신 사업을 매년 약 40억, 올해 45억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걸 못 받으면 학교 운영이 안 됩니다. 이건 인건비로 줄 수 없어요. 교육 환경 개선 등을 이것으로 합니다. 그래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은 꼭 신청을 해야 하는데 고신대가 역량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재정지원사업에 다 하려면 집중이 안됩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을 하되 우리가 꼭 따야 될 것은 따고 이에 더해 조금 더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다 매달리면 지쳐서 못 합니다. 구성원들과 의논해서 우리 학교 정체성 특성과 발전 전략에 맞게 사업을 나름대로 분류해서 하려고 합니다. 제가 취임식 하고 나면 우리 젊은 교수님들은 이제 고생 좀 해야 됩니다. 저는 임기 4년입니다. 하지만 젊은 교수님들은 살아남아야 되잖아요.
큰 사업은 교육부 사업이 있고 그 외 기재부, 노동부 등 각종 중앙정부와 하는 사업들이 있습니다. 또 일부 사업들은 지자체에 맡겨서 지자체에서 하는 대학 연계사업들이 있습니다. 지자체 사업은 금액이 적더라도 몇 개하면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전체 리스트를 만들어 시도하려고 합니다.
사업들이 3가지 유형입니다. 하나는 계획을 보고 지원하는 것, 하나는 성과를 보고 지원하는 것 또 하나는 계획과 성과 둘 다 요구합니다. 고신대가 그동안 어렵다보니 성과가 조금 약합니다. 타 대학에 비해 조금 불리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해야 성과가 나오죠. 제가 많은 대학을 가 봤는데 우리 교수님들 굉장한 역량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를 사랑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높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시도하면 좋은 성과가 나오리라 믿습니다.
Q. 앞으로 4년 뒤 어떤 고신대가 되기를 기대하십니까?
A. 제가 총장 후보 등록할 때 가졌던 마음이 소명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라. 나머지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리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1~2년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3~4년에는 성과 내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다만 4년 후 임기가 끝날 때는 기독교대학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도약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고신대를 살리겠다는 말은 안 합니다. 이제 다시 회복, 극복하는 거죠. 죽은 대학이 아닙니다. 사실 타 대학과 비교하면 고신대는 교육을 잘하고 있습니다. 단지 경영상의 재정 위기를 겪을 뿐입니다.
기독교 대학으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서 하나님이 세우신 고신대, 77년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도 넘겨줄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랍니다. 고신 교회가, 고신 총회가 자랑하는 대학이 되어 매일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Q. 끝으로 부산에는 1,800여 교회와 약 40만 명의 기독인들이 계십니다. 고신대 총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나 기도제목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저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을 다녔습니다. 부산에 있는 기독교 종합대학은 고신대가 유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신대는 유아교육과, 사회복지학과, 간호학과, 의예과 등 교회와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지역사회를, 지역교회를 고신대가 섬기겠습니다. 고신대 교수, 직원들이 고신 교회만 출석하는게 아닙니다. 수영로교회, 호산나교회에도 많이 출석합니다. 지역교회와 함께 가는 거죠.
부산, 경남 지역교회 성도님들께서 믿어주시고 기도해 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함께 사회를, 지역교회를 섬기는 하나님의 대학, 기독교 대학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