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 중국의 동북부에 위치한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충격적인 한파가 밀어닥쳤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늦여름 날씨가 지속되다가 돌연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면서 폭설이 내려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세간의 화제가 된 이 지역을 한민족이라면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바로 이곳이 ‘간도’ 지방이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 안중근 열사의 의거가 일어났던 하얼빈 시가 있기 때문이며, 지금도 많은 동포들과 그 후손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간도’ 땅을 향해 요즘만큼 한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드문듯합니다. 홍범도 장군도 관련이 있습니다. 육사 교정에 있는 흉상 철거 문제로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었습니다. 1920년 6월 7일에 일어났던 봉오동 전투 말인데, 소수의 대한독립군 부대를 이끌고 일본군 제19사단 월강추격대대를 무찌르고 큰 승리를 거두었던 이곳은 오늘날 지린성(吉林省)으로 불리지만 역시 대표적인 ‘간도’ 지방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당시 이 일대에 거주하던 한인들의 규모는 『백범일지』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독립자금과 관련해서 김구 선생은 “동북3성(흑룡강, 길림, 요녕)에 250만, 러시아에 150만, 일본에 40-50만 명의 동포가 있으나 각각의 사정으로 기댈 수 있는 형편이 아니고 오직 미국 본토와 하와이, 멕시코, 쿠바를 아우르는 일만 명의 동포 성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벌써 500만 명이 넘는 한인 디아스포라(diaspora)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정확한 수치는 누구도 알 수 없으나 가난과 압제와 구직 등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그래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간직한 채 살아가던 숱한 동포들이 존재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7년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10월 5일을 ‘세계 한인의 날’(World Korean Day)로 지정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국(260만), 중국(235만), 일본(82만), 캐나다(24만) 등 현재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약 73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 5,100만과 비교할 때 거의 1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올해 초에 부산 지역의 청년 인구에 관한 유의미한 통계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2023. 2. 22, 부산시). 이에 따르면 2011년 11월 기준 만 18세에서 34세까지의 부산 인구는 총 68만 9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했고 전년도에 비해 2.1% 감소한 수준으로 2015년 이후에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인 2040년대에는 40만 명대가 예상됩니다.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비율도 높지만 혼인율 자체가 낮고 특히 해당 연령대 청년 출산율은 0.476명으로 심각한 수준이라 앞으로 반등의 기대가능성조차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물론 부산 지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인구절벽의 전망이 불안한 심리에서 기정사실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제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대신 ‘인구는 경제력이고 국력이다’라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입니다. 더군다나 생산가능연령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산업현장에 인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뿐더러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라는 아우성이 울려 펴지게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을까요? 문제 해결의 단서를 우리는 성경 속 이스라엘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디아스포라가 되고 말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느 곳에 거하든 민족과 신앙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차면 그들 중 일부는 기꺼이 다시 돌아와 조국과 성전의 재건을 위해 헌신하였습니다. 주전 6세기 바벨론에 살고 있던 백성들 중 5만에 가까운 이들이 귀환하여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놀랍게도 현대에 와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1882년부터 1948년까지 유대인 디아스포라 가운데 50만 명 이상이 다시 돌아와 현대 이스라엘 국가를 건립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인 디아스포라는 그 규모와 영향력에 있어서 결코 유대인 못지않습니다. 만일 이들 중 일부만이라도 통일된 조국으로 돌아온다면, 그래서 현재 51,430,000명인 대한민국과 25,750,000명으로 파악되는 북한의 인구에 합쳐진다면 물경 8천만에 가까운 세계 20위권의 인구 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대부분의 인구는 청년을 비롯한 생산가능연령대일 거라는 점이지요. 그렇다면 소멸하는 인구 문제로 걱정하는 우리에게도 한 줄기 빛이 보이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답을 바로 이번 간도 땅 ‘디아스포라’를 통해서 바라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