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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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각자 읽을 책 한 권씩 가지고 와”

엄마의 말이 끝나자 마자 저마다 읽고 싶었던 책을 집어옵니다. 집에 있는 책이 정해져있기에 그 책이 그 책이고, 어제 읽은 책이 오늘 읽을 그 책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뭐든 골라서 자리에 앉습니다. 한 손에는 맛있는 간식을 입으로 넣고, 또 한 손으로는 책장을 넘기며 눈을 책에서 떼지 못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날 저녁, 저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이제는 제법 책읽기의 즐거움, 글 속에서 만나는 신나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듯 보입니다. 여전히 “엄마, 나는 만화책 보고 싶어요. 만화책 딱 한 권만 보면 안될까요?”라며 글이 많은 책보다는 그림 위주의 책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만화책 비율보다 글 책을 고르는 비율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을 보면 희망적입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처음부터 아주 원활하고 즐겁게 저녁 시간을 책으로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었고, 아이들과 함께 매일 매일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과 친근해지기 위해 서점에도 자주 가는 등 시간을 쏟고, 의지를 들여서 이제 조금 자연스럽게 책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먼저, 우리집에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텔레비전과 아이들 소유의 스마트기기입니다(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인데,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핸드폰을 사주었습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기기가 없다는 것은 요즘 아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놀 게 없다. 할 일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때로는 자기들끼리 놀고 싸우고 먹고 울고 그러다 또 놀고 싸우고를 반복하고, 또 때로는 뒹굴뒹굴 거리며 엄마가 주는 간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 게 없으니 집에 있는 것으로 뭐라도 해야겠지요? 그래서 거실 한 편에 빼곡히 꽂혀있는 책을 펴고 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차츰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심심하다 그러고, 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유튜브를 보니까 자기들도 보여달라고 항의하는 등 고비가 있었지만, 영상물에 대한 원칙, 핸드폰에 대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집에서는 ‘텔레비전과 스마트기기는 없다’고 필요할 때마다 설명했고, 오래 시간이 지나 가랑비에 옷이 젖듯, 아이들은 받아들이며 심심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책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엄마, 서점가요” “온라인서점에서 이 책 사주세요” 등 책을 사고 읽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기기를 버리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대신, 우리집에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독서 후 나눔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무슨 책을 읽는 지 거의 다 압니다. 왜냐하면, 제가 읽어보고(혹은 줄거리를 보고) 괜찮은 책을 사주거나 아니면 아이들 책을 사준 후 나도 꼭 읽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한 후 그 책 내용을 엄마가 모르고 있다면 독후 이야기 및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저도 아이들과 책을 꼭 읽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들이 책 읽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엄마, 나는 이 책에서 이런 것을 새로 알았어요” 책을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법. “엄마, 이 책 주인공은 너무 불쌍해요. 친구들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책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법. “엄마, 이 책은 딱 내 이야기인 것 같아요. 진짜 웃겨요.” 책을 통해 공감하는 법. 굳이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아도 책을 읽는 순간, 뇌에서 모든 활동이 이뤄져 지식, 정서 등을 채워가는 것을 볼 때 책 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책맹인류 시대에 책 읽는 아이들로 양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엄마가 포기해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이 있고 반면 세워야 할 것, 지켜야 할 것, 가르쳐야 할 것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농부가 1년 농사를 짓는 것처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부모가 먼저 책읽기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기고 나의 자녀들과 함께 실천해 나가길 바랍니다. 부모가 책읽기의 즐거움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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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크리스천 자녀 양육기] 책맹인류 시대에 책 읽는 아이들로 양육하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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