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956년,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부터 이 기준을 따랐다. 벌써 반세기를 넘고도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장수혁명과 함께 호모 헌드레드, 백세시대가 다가왔다. 표준 키가 25센티가 늘었는데 옛날 옷을 입으라면 어떻게 될까? 일본 의학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2007년의 87세는 1977년의 70세에 해당했다. 지금의 65세는 한 세대 전, 45세의 몸과 건강으로 산다. 우리는 45세를 팔팔한 청년이라 말하지 노인네라 하지 않는다.
마침 미국의 AARP(시니어 권익 보호 단체)를 모델로 한국형 <시니어 파트너스>가 출범했다. <시니어 파트너스>가 첫 작업으로 노년에 대한 호칭 변화와 함께 100세 시대에 걸맞는 <100세 시대, 세대구분 표준>을 발표했다. 어제의 지도로 오늘의 길을 찾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노년(老年)의 ‘노(老)’가 들어가는 단어는 죄다 부정적이다. 노망(老妄), 노쇠(老衰), 노욕(老慾), 노파(老婆).... 심지어 ‘No人’(사람이 아닌)으로 부르기까지 한다. 불쾌함을 넘어 인권의 문제가 된다. <시니어 파트너스>는 우리 인생의 ‘길(路)’이 된 사람이란 의미에서 ‘노인(路人)’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존중과 공경을 담아낸 호칭은 널리 사회적 공감을 얻어냈다. 이와 함께 100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세대 구분이 제안되었다.
봄: 0세~7세→ ‘유년’/ 8세~18세→ ‘청소년’/ 19세~40세→ ‘청년’
여름: 41세~55세→ ‘중년’
가을: 56세~79세→ ‘장청년(壯靑年)’
겨울: 80세~99세→ ‘노년(路年)’, 100세 이상을 ‘완년(完年)’이라 불러 인생 완주를 축복할 수 있게 했다.
‘로고스’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말’ ‘계산’ ‘이성’을 뜻하지만, 이성이 관계하는 ‘척도’ ‘비율’ ‘원리’ ‘법칙’ ‘근거’ ‘좌표’를 뜻하기도 한다. 드디어 로고스의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인생 4계, 봄-여름-가을-겨울’의 의미를 보탰다. 겨울을 살면서도 봄을 그리고 가을을 살게 되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선물인가? 이전의 노인이 장청년(壯靑年)으로 등장했다. 알베르 카뮈가 말했던 ‘모든 잎이 꽃과 같은 두 번째 봄’이 된다. 청년의 가치를 부여함으로 인생 2모작을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젊어졌다. 다이나믹 코리아가 구현된 셈이다. 이 또한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할 K-세대 구분법이 아닌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여성초혼 연령이 1998년 기준 26.1세였다. 2023년에는 31.3세로 5년이 늘어났다. 출산 엄마의 평균연령이 26.0에서 2023년 33.0세로 바뀌었다. 7년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다 건강수명이 2000년 기준 67.4세였던 것이 2019년 73.1세로 늘었다. 기대수명은 1950년대 47.9세에서 83.6세(2023년)으로 늘었다. 평균수명은 1960년 약 52세에서 현재 약 83세(남 81세, 여 87세)로 껑충뛰었다. 중위연령이 45.6세다. 1956년 중위연령 20세보다 25년이 길어졌다. 노년의 연령 기준이 바뀌어야 중요한 지표다. 더 이상 고장 난 음주측정기로 모든 운전자를 음주 운전자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
새해가 되면 떡국을 먹으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나 어른들을 향한 덕담은 ‘갈수록 나이를 거꾸로 드신다’는 말이었다. 2024년은 정말로 전 국민이 나이를 거꾸로 먹어볼 수 없을까? <시니어 파트너스>의 이런 운동이 오랜만에 세상과 교회에 푸르고 젊은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직도 우리는 젊다. 아니 더 젊어져야 한다. 새해, 젊음을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