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0(월)
 

안동철 목사.jpg

그리스 신화에는 세이렌(The Sirens)이라는 존재가 나옵니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바다의 요정이면서 동시에 독수리의 몸을 지닌 괴이한 존재였습니다. 신화에 따르면, 세이렌은 시칠리아섬 근처에서 뇌쇄적인 목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했고,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정신을 잃고 바다로 뛰어들거나 배를 암초에 부딪혀 죽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치명적인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디세우스(Odysseus)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오르페우스(Orpheus)의 방법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는 길에 세이렌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나름대로 대책을 세웠습니다.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유혹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은 배의 돛대에 단단히 묶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세이렌의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자, 오디세우스는 참을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혀 배를 돌리라고 소리쳤습니다. 극심한 갈등 속에서 그는 고함을 지르고 몸부림쳤지만, 선원들은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관계는 깨지고 혼란만 남았습니다.

 

반면 오르페우스는 전혀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뛰어난 음악가이자 시인이었습니다. 세이렌의 섬 근처를 지나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하프로 더욱 아름답고 웅장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세이렌의 유혹을 압도했고, 결국 배에 탄 모든 사람이 유혹을 받지 않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교회가 세상을 이기는 방법도 이와 같습니다. 단순히 세상의 유혹을 막으려 애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더 큰 소리, 곧 하나님의 말씀과 주님의 음성으로 세상의 소음을 덮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많은 성도와 교회가 예수님의 음성을 듣기보다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세상의 방식, 세상의 언어가 교회 안으로 빠르게 스며들어 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유혹과 싸우면서도 갈등 속에 빠지는 모습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르페우스처럼 해야 합니다. 세상의 소리를 덮어버릴 만큼 크고 분명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성경은 말씀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는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일 5:4). 또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양은 내 음성을 들으며 나는 그들을 알며 그들은 나를 따르느니라” (요 10:27).

 

예수님은 세상을 칼로 이기지 않으셨습니다. 십자가로 이기셨습니다. 열두 군단의 천사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주님께서 그 힘을 포기하고 오히려 죽음으로 세상을 이기신 겁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세상을 이기는 유일한 길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입니다. 세이렌의 소리와 같은 유혹을 피하려 애쓰는 대신, 주님의 음성으로 우리의 삶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리할 때 교회는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가 세상의 소음을 닮을 때가 아니라, 주님의 음성을 더욱 크게 울려 퍼지게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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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교회가 세상을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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