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0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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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30, 40대에 걷기를 많이 했습니다. 쉬는 날에는 등산도 많이 했습니다. 여름휴가 때는 경상도에서 강원도까지 80리터 배낭을 메고 무작정 걷기도 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두 번 사고를 당하기도 했고, 조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왼쪽 다리가 조금 시원치 않다고 여겼었는데, 이번에 탈이 났습니다. 디디기 힘들었고, 왼쪽 무릎이 많이 아팠습니다.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의 시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성경 말씀을 빌려 표현하면 식탐이 잉태하여 과체중을 낳고, 과체중이 장성하여 무릎 통증을 낳은 것입니다. 해결 방법은 근육 운동과 체중 감량뿐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장로님께서는 의사이신데, 똑같은 경우를 당하셨다면서, 체중 감량 후 아픔이 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특정 주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장로님께 여쭈었더니 주사의 효능은 식욕을 감퇴시켜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용도 들지만, 약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의지로 감량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소식을 했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였습니다. 간식도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체중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그러던 중 놀랍게도 체중이 어느 지점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서서히 사라진 게 아니라, 거의 완전하게 사라졌습니다. 이 일을 통해 줄임, 비움의 효능을 체험했습니다. 이 평범한 일이 그동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심을 굳게 하자, 가능해졌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상징은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십자가는 예수님의 비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빌립보서 2장 7절은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그러나 영광의 보좌를 떠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고, 보통 사람도 달리지 않는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죄인을 구원하는 역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도 역시 비울 때입니다. 다윗의 생애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일까요? 골리앗을 이긴 순간일까요?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 된 때일까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다윗이 늙어 이불을 덮어도 따뜻하지 않았을 때, 신하들은 어여쁜 동녀 아비삭을 데려와 왕의 침상에 누워 체온으로 왕이 춥지 않도록 하게 했습니다. 다윗이 아비삭을 취해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다윗은 오히려 아비삭을 멀리했습니다. 저는 다윗의 생애에서 이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과거에 많은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망을 참지 못해 밧세바를 품에 안았고, 그녀의 남편 우리야 장군까지 죽게 하는 연쇄적 범죄를 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의 집에 칼이 떠나지 않는 진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늙은 다윗은 아비삭을 밀어냄으로써 밧세바에게 했던 것과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과거의 다윗이 움켜쥐는 자였다면, 이때의 다윗은 비우는 사람이었습니다.

다윗의 이러한 비움은 말년에 돋보입니다. 압살롬의 반란으로 야반도주하던 그 와중에서도 그렇습니다. 제사장 사독이 언약궤를 메어와서 다윗을 따르고자 했을 때, 그는 사독과 하나님의 궤를 본래 자리로 돌려보냈습니다. 궤가 함께하면 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압살롬의 반란을 제압하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할 텐데, 왜 그렇게 했을까요? 이는 다윗의 비움이었습니다. 사무엘하 15장 25~26절입니다. <25 왕이 사독에게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궤를 성읍으로 도로 메어 가라 만일 내가 여호와 앞에서 은혜를 입으면 도로 나를 인도하사 내게 그 궤와 그 계신 데를 보이시리라 26 그러나 그가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기뻐하지 아니한다 하시면 종이 여기 있사오니 선히 여기시는 대로 내게 행하시옵소서 하리라>

다윗의 이러한 비움은 우리의 귀감입니다. 목회에서 은퇴할 무렵에 손에 잡은 것을 놓지 못하는 목회자들, 이룬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많은 이들,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우리도 다윗처럼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비삭을 밀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비워야 합니다. 비우면 비울수록 인생의 절정이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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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연구]비움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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