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3(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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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공황 시절, 권투 선수인 짐 브래독의 실화를 다룬 영화 ‘신데렐라 맨’이 있다. 그는 한때 라이트 헤비급의 유망주로 촉망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경기 중 부상으로 오른손이 부러지고, 그는 더 이상 링 위에 설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삶은 순식간에 추락했다. 권투 선수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그는 부두 노동자가 되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고,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조차 버거웠다. 대공황의 혹독한 겨울, 불을 피울 연료조차 구할 수 없어 아이들은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감기와 폐렴으로 기침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는 “이제 정말 끝인가?”라는 절망 속에 놓였다.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정부의 구호소를 찾아갔다. 실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던 그곳에서, 그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서류를 내밀었다. 그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바닥이 새로운 출발선이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포기했던 그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나에게는 시간이 없어!” 그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쳤다. 나이는 많았고, 몸은 망가졌으며, 오른손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았다. 누구도 그의 복귀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다시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섰다. 그순간 그의 곁에는 뜻밖의 사람들이 있었다. 친구는 재산을 팔아 장비를 마련해 주었고, 부두에서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당을 모아 그를 응원했다. 절망의 시대, 남의 성공을 시기하기보다 함께 울고, 함께 밀어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사랑과 헌신이 짐 브래독의 두 번째 인생을 지탱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헤비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초강타자 맥스 베어를 상대로 15라운드까지 버텨 끝내 판정승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이런 그를 ‘신데렐라 맨’이라 불렀고, 그의 승리는 대공황 속에서 희망을 잃었던 이들에게 “아직 끝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던지는 여운은 단순한 스포츠의 감동을 넘어선다. 인생의 진짜 실패는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좌절하고 실패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패가 아니라, “이제 다 끝났다”고 스스로 문장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때로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쉼표를 찍으신다. 그 쉼표는 멈춤이 아니라, 숨 고르기와 새로운 방향 전환의 시간이다. 인생의 문장이 멈춘 듯 보일 때, 사실은 하나님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계신 것이다.

 

성경 속 인물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모세는 40년간의 이집트 왕궁에서의 화려한 시간을 보낸 뒤, 또 다른 40년을 광야의 목자로 살았다. 인간의 눈에는 실패로 보였던 그 시간이 하나님께는 사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요셉은 애굽의 보디발 집에서의 종살이와 특히 누명으로 감옥에 가야만 했던 철저히 잊힌 존재가 되었지만, 바로 그곳에서 애굽의 총리가 될 토대를 다졌다. 다윗은 쫓기는 도망자였으나, 그 절망의 골짜기에서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며 왕의 심장을 갖췄다. 인간의 눈에 마침표로 보이던 그 순간이 하나님께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지금 가정이 흔들리고, 자녀의 길이 보이지 않으며, 일의 열매가 없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여전히 우리를 부르시고 있기에 그것은 끝이 아니다. 그분은 쉼표 뒤에 또 다른 문장을 준비하신다. 우리가 생각하는 실패가 하나님의 손에 들려 있을 때 그것은 새로운 문장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멈춤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의 쉼표를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마침표를 찍을 권한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그분은 여전히 우리의 인생을 써 내려가고 계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그 문장을 다시 읽게 될 때 깨닫게 될 것이다. “아, 그 쉼표가 멈춤이 아니라, 은혜의 쉼표였구나.”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자리에서, 하나님은 이미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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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칼럼]하나님이 마침표를 찍기 전, 마침표를 찍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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