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7-01(수)
 

지금은 성찰할 때

“어느새부터인가 우리는 한국개신교가 거리 정치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과격하면서 거친 목소리를 내는 몇몇 목회자들이 있고, 때로 노골적으로 때로 은밀하게 동조하는 수많은 기독교인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현실 속에서 많은 교회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모습과 영향력을 세워 가려는 욕망을 벗고, 잠잠히 침묵하고 성찰하는 것이 느리지만 새로운 종교성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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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12 저자와의 만남에서 최종원 교수의 강의 모습

 

낯설음을 통한 성찰의 책

김길구 이 책은 2022년 1월부터 23년 6월까지 목회자들을 위한 「목회와 신학」에 연재한 글을 수정 보완하여 재집필한 책으로 원래 1년 연재키로 했으나 반응이 좋아 6개월 더 연장할만큼 인기를 끈 책입니다.

 

김현호 이 책의 구성은 낯설게 보기, 지성과 반지성, 사회의 거울 속 교회의 자리, 모색과 돌파구 총 4부로 나누어져 있고, 각 부에 흥미로운 주제가 5개씩, 총 20개 꼭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회사가가 아닌 서양사를 전공한 저자의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류지원 예수의 가르침은 ‘거꾸로’예요. 산상수훈의 가르침이 대표적이죠. 첫째가 꼴찌 된다, 섬기는 자가 큰 자다, 가난이 복이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 승자 독식의 뒤집혀진 왜곡된 역사를 거꾸로의 성찰을 통하여 바로잡자는 의미죠. 복음의 순수성을 위해 저항한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성경, 너무나 정치적인 책?

김길구 영역본 King James Bible의 제작과정을 통해 성경 번역이라는 순수한 종교 행위도 ‘너무나 정치적인 프로젝트’로 그 시대의 정치와 권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604년 제임스 1세가 청교도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영어 성경 번역을 추진한 이유는 더 좋은 번역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어요.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과 국교인 성공회 내부의 갈등은 물론 청교도들의 개혁 요구, 왕권과 교회의 복잡한 관계들로 혼란스러운 때였죠.

 

김현호 당시 영국사회는 교파의 입장에 따라 선호하는 성경도 각각이었지요. 청교도들은 쉬우면서도 왕권 비판이 가능한 제네바 성경을, 국가교회 질서가 필요했던 성공회는 주교들이 만든 공식예배용 비숍 성경을, 교회전통과 권위를 강조하는 가톨릭은 두에랭스 성경을 채택하여 자신들의 신학과 권력구조를 반영한 성경을 사용하던 때였죠. 그런 상황에서 종교의 통합과 왕권의 안정을 위하여 50여 명의 학자들이 7년간의 노력으로 국가 프로젝트인 King James Bible이 탄생합니다.

 

류지원 KJV의 대중적 수용과 성공에도 원래의 목적을 완전히 이루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왕의 정책에 반대한 소수의 분리파 청교도들은 1620년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 미국으로 떠나며 가져간 성경은 제네바 성경이었고, 왕의 사후 계속된 갈등과 오랜 내전 때 크롬웰이 사용한 전투용 홍보 팜플릿에 인용된 성구도 다 제네바 성경이었으니 차이의 용납과 화해가 없으면 성경도 분열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죠.

 

‘읽는다’는 것

김길구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 한나 슈미트는 문맹입니다. 그녀는 ‘최종해결책’이라는 이름의 유대인 대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 중입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전범 재판에서도 자신에게 불리한 거짓 자백까지 해가며 종신형을 자초하는 ‘읽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나옵니다. 한나는 명령에 복종하며 살았습니다. 왜 유대인을 가두었는지, 왜 탈출시키지 않았는지, 왜 명령을 따랐는지 스스로 성찰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읽는다는 것은 문자해독뿐 아니라 타인의 고통 읽기, 역사 읽기, 자기 행동 읽기까지 포함된 의미죠.

 

김현호 또 한 인물 아놀드 아이히만은 ‘생각 없이 읽는’ 우리의 이웃 아저씨 같은 보통사람입니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그의 일상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명령은 숙지하고, 행정을 집행했습니다. 그는 문자적 독해는 했지만 도덕적 독해는 하지 못한 인물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에게 평범한 사람들이 악조차도 일상처럼 성실하게 반복함으로써 윤리관이 무뎌져 악에 이용당하고 나아가 악을 돕는 관성의 피해를 지적하며 ‘악의 평범성’이라는 신조어를 남겼습니다.

 

류지원 마르틴 루터는 자신의 두 동생도 페스트로 잃고 매 순간 죽음의 공포 속에 시달립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병적으로 지도 신부를 찾아 고해를 했습니다. 사제가 되고 교수가 되어도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날 수 없었지요. 그에게 하나님은 ‘의’를 강요하는 분이었습니다. 루터는 성서를 원어로 ‘읽으면서’ 하나님은 우리를 아낌없이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루터에게 ‘읽는다’는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중개자 없이 단독자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주체적 인간을 의미합니다. 그것으로 최초의 근대인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권위에 대한 저항, 자기 양심의 각성, 인간의 주체성 회복을 뜻합니다.

 

김길구 ‘악은 특별한 악인이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신앙과 복종 속에서도 생긴다’ 는 경고입니다. 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마녀사냥, 국가권력에 순응한 교회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선한 신앙인’이라 믿었지만 슈미트와 아이히만처럼 주체적 읽기와 권위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들은 비판 없이 권력과 체제에 복종하면서 결과적으로 폭력에 동참합니다.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 ①재세례파

김현호 ‘국가교회’를 거부한 급진적 신앙인 재세례파는 종교개혁 시대에 등장한 급진 개혁자들입니다. 루터와 칼뱅조차도 국가 권력과 일정 부분 협력했지만, 재세례파는 끝까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교회가 왜 국가와 결탁해야 하는가?’ 예수는 칼을 들지 않으셨는데 왜 교회는 폭력을 허용하는가? 그들의 특징은 유아세례 거부, 자발적 신앙 강조, 평화주의, 비폭력, 재산 공유 공동체, 국가권력과 거리 두기로 초대교회의 순수성을 회복하려 했기 때문에 모든 교파로부터 탄압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물세례를 강조했다는 이유로 ‘물에 빠뜨려 죽이는 처형’을 감수해야 했지요. 오늘날의 메노나이트나 일부 평화교회 전통이 그 영향을 이어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 ②수도원 운동

류지원 수도원 운동은 세속화의 물결에 넘어가는 ‘제도교회’의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적극적인 대안문화운동체로 그 안에 있었던 저항성과 영성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수도원 영성은 소비주의, 권력욕, 탐욕에 대한 비판적 삶의 방식으로 ‘다른 삶도 있다’ 는 존재론적 저항운동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수도원을 없앤 유럽의 교회가 대부분 국교화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본으로부터 거리를 두며 살아가려 했고, 세상의 성공 논리를 거부하는 저항공동체였으며, 병자 돌봄, 빈민 구제, 교육, 필사와 지식 보존기능을 수행하는 구호기관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세 혼란기에는 수도원이 학교, 병원, 피난처 역할까지 했습니다. 종교개혁이 ‘신학적 자유’는 얻었지만, ‘급진적 삶의 형식’이 약화된 이유가 수도원 폐지에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개신교는 세속 직업의 소명을 강조했고, 현실 참여를 강화했지만, 반대로 침묵, 금욕, 공동체적 가난, 체제 거리 두기 같은 영성은 약화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역사 속 교회의 초상들 ③타자를 위한 교회

김길구 디트리히 본회퍼의 타자를 위한 교회는 단순 종교 조직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입니다.그는 교회가 스스로의 생존과 권력 유지에만 몰두할 때 복음을 잃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사회 중심에서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 곁에 서야 한다는 거예요. 본회퍼가 꿈꾼 교회는 고난받는 자와 함께하는 교회, 권력과 거리를 두는 교회, 행동하는 교회, 세상을 위한 교회입니다.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세속화 때문만이 아니라, 교회 스스로 자기 성찰과 갱신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가 등장합니다. 이는 ‘현대 세계와 대화하기 위한 갱신’을 뜻하죠. 즉 복음의 본질은 지키되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리 김길구】

 

최종원 교수의

 

거꾸로 읽는 교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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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는 교회와 사회의 상호작용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사학자인 저자가 선정한 20개의 주제들이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한 역사서이다. 기존 교회사와는 접근방법이 달라 신선하고 흥미롭다.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빛을 발한다. 교회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변해왔는가를 거꾸로된 시선으로 읽어 보자는 저자의 접근법이 낯설 수 있다. 승자의 연대기보다는 사라진 목소리, 패배한 신앙, 잊혀진 양심 속에서 복음을 다시 찾아 나서는 그의 시선은 십자가와 낮은 곳을 향하고 있다. 왜냐하면 교회는 타인을 위해 존재할 때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사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20255월 초판 이래 4쇄를 거듭할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저자소개 최 종 원

유럽 중세 역사학자,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서양사 및 교회사 교수. 경희대에서 회계학, 대학원에서 서양사를 공부한뒤 영국 버밍엄 대학교 역사학과에서 영국중세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인문 정신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인문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저서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공의회 역사를 걷다, 수도회 길을 묻다을 비롯하여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등이 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수도회 길을 묻다최종원 / 비아토르 / 2023

공의회, 역사를 걷다최종원 / 비아토르 / 2020

중세교회사 다시읽기최종원 / 홍성사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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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문학]교회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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