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담임목회를 할 때 약 7년 동안 하루 3시간을 자며 사역을 했다. 일주일에 제자훈련을 4팀, 한번에 5시간씩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났는데, 몸이 말을 듣지를 않았다. 아픈 곳은 없는데 온몸에 힘이 없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산호세(San Jose)에 중국 할아버지 한의사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다. 맥을 짚더니 85세보다 더 기력이 없다고 했다. 주일 설교만 겨우 감당하고 거의 2년을 누워 지냈다.
휴가 가는 것을 성도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해서 말도 못 꺼냈다. 쉬는 것을 부끄러워한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건강을 다 상할 정도로 사역하는 것을 과연 충성이라 하실까? 사역하다 누워 있는 사역자를 기뻐하실까?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아담과 하와에서 허락한 첫날은 놀랍게도 안식일이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서 쉬고, 즐기고, 누리도록 하신 것이 첫 선물이다. 일이 먼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누리고 즐기는 것이 먼저였다.
쉰다는 것은 하나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사역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며 영적인 것이다. 사역이 내 손에 달려 있지 않음을 인정하신 시간이며, 맡기고 쉬는 것이 사역을 더 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래 전 이정석 교수(플러신학교)가 수련회 강사로 온 적이 있다. 그런데 “대체 잠은 언제 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휴가를 가라, 휴가를 가되 기도회, 세미나 가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그냥 빈둥빈둥 놀아라”고 강력히 권한 적이 있다. 쓰러지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 시간인지, 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독일에서 사역할 때는 휴가가 한 달이었다. 첫 휴가를 앞두고 권사님 한분에게 “10월 중에 휴가를 가려는데 괜찮을까요?” 상의했더니 버럭 화를 내셨다. 교회에서 휴가를 주었으면 언제 갈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는 목사님의 고유한 영역이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며 운영위원들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교회 성도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교회를 부임하며 아무 것도 요구한 것이 없다. 다만 휴가를 20일 달라고 했다. 옛날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쉼이 너무 중요해졌다. 멀리 떠나서,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지인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다녀온다. 평소에 읽지 못했던 분야의 책을 읽고 영화도 본다.
사역지를 옮길 때 미리 하나님께 2달의 여유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기도한다. 새로운 사역지에 가면 한동안은 정신없을 텐데 미리 충분히 쉬어야 사역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사역지로 가게 된다.
사역자들이여! 쉬는 것을 부끄러워 말라. 일상 속에서 틈틈이 여유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 다 맡기고 잠시 떠나가는 것도 너무 중요하다. 사역과 휴식의 균형, 사역영성 못지않게 쉼의 영성, 사역자들이여! 휴식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휴식을 누리고 즐기라!

